우리의 형제요,자매다
우리의 형제요,자매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7.02.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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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장헌권(광주서정교회 목사,광주노회인권위원장,광주NCC총무)

진신·김명식·장지궈·손관충·양보가·리샤오춘·이태복·에르킨·김성난이다.

비오는 13일(화) 오후 4시 법무부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3층 분향소 앞에 필자는 섰다. 잠깐 기도하고 얼굴 모르는 보호 외국인 이름 앞에 한 송이 국화를 받쳤다. 세상에 창살 갇힌 ‘코리안 드림’비상구도 없었다.

구조된 생존자들 ‘철창 두드리며 울부짖어도 문 안열려’. 용역업체에 감시 맡겨 열쇠 찾느라 허둥지둥 화 키워 외국인 9명 질식해 숨졌다. 18명 중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지폐와 동전, 외국인노동자

천원 짜리 지폐 1장과 오백원 짜리 동전 두개를 독자 여러분 호주머니에서 한번 꺼내보시라. 그리고 한번 살펴보라. 그 지폐와 동전에 차이점을 보라.

동전은 촉감이 딱딱한 반면 지폐는 부드럽고 잘 접힌다. 동전은 탁자 위에 떨어뜨리면 소리가 나는 반면 지폐는 떨어져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지폐는 신권이 아닌 보라색이지만 동전은 은색이다. 동전은 지폐보다 더 무겁다. 지폐는 찢을 수 있지만 동전은 찢거나 깨뜨릴 수 없다. 지폐는 구겨지지만 동전은 그렇지 않다. 이제 지폐와 동전을 사람과 연결해보자.

사람 얼굴이 다르듯이 성격·기질 은 다르다. 국적에 따라 피부색깔도 다르다. 동전과 지폐는 외형적인 차이에도 가치는 같다. 인간의 가치는 같다는 말이다. 영혼의 가치는 같다.

천하보다 소중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다. 그런데 외국인 미등록자라는 이유 하나로 체포하고 보호하고 추방하는 일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는 41만 3천명. 등록된 합법 체류자는 22만8천명, 미등록된 체류자는 18만5천명이다. 이주 노동자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만명이 중국 동포다. (미등록체류자 7만8천여명) 이번 참사도 8명이 중국동포다. 이들의 부모 대부분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거나 가난으로 인해 중국으로 이주한 것이다. 배려를 받기는커녕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

생명은 하나이며 소중하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연행, 감금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면서 부상을 당하거나 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 인권유린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주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다.

사실 합법적으로 체류한다고 해도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져가고 있다. 그들은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3D업종일 뿐이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 신분증 압류, 외출 금지, 성폭행, 욕설, 산업재해 등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이들은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전세금 회수, 여권 발급 등으로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해결만 되면 언제든지 떠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기회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번 참사를 통해서 이주 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야할 이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생명은 하나일 뿐이고 귀중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단지 국내 노동시장의 빈 구석을 메우는 소모품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고 착한 사람들일뿐이다. 병원에서 치료중인 사람들을 악수할 때 그들의 손은 따뜻했다. 그리고 그들은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단지 이주자라는 그것 하나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 게 우리의 슬픔이다.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유족 한 분이 현관 입구에 서서 비가 내리는 밖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생각할까?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던 남편이 싸늘한 시체가 되었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죄인이다.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신원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다는 말씀 그렇다. 이주민은 우리 형제요 자매다. 하늘나라에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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