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계 되돌리는 일”
“역사의 시계 되돌리는 일”
  • 이국언 기자
  • 승인 2007.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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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보수, 교량 개설도 논란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합천군이 지난 2000~2004년 밀레니엄 사업 일환으로 98억원을 들여 합천읍 황강변에 조성한 공원. 58,000여평의 부지에 3년 전 준공된 공원이지만 군은 정식 공원 명칭은 아직 없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부르고 있다. 공원에 설치된 안내판도 마찬가지다.

합천군은 지난달 13~20일, 예비 선정한 4개안(군민공원, 일해공원, 죽죽공원, 황강공원)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군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541명중 302명(51.1%)이 ‘일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론조사 대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상자 다수가 소위 준 공무원이거나 지역 유지들이라는 점 때문. 1346명중 새마을지도자 234명, 마을이장 367명, 도-군의원 13명, 읍-면장 17명 나머지는 기타 사회단체장 등으로, 특히 설문 대상자의 50%가 넘는 새마을 지도자회는 심의조 현 합천군수가 84~98년까지 합천군지회장을 맡았던 단체다.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

▲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마을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합천군은 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82년 생가를 사들여 올해도 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생가를 유지보수해 오고 있다. 합천군이 ‘일해’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건 이 뿐이 아니다. 군은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 관리를 위해 올해 8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현재 이곳에는 초가 지붕 2채의 건물이 있으며, 지붕과 담장의 이엉을 말끔하게 새로 씌어 놓았다. 전 대통령의 생가는 전 대통령 재직 시인 지난 1982년 경 경남도에서 6100여만원을 들여 매입, 현재는 군유재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박현주 합천군의원(민주노동당)은 “대통령 예우까지 박탈당한 사람의 생가 관리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강을 가로지르는 한 교량 건설을 두고서도 의혹을 사고 있다. 합천군은 지난 2004년부터 율곡면 두사리와 기리 사이를 잇는 교량을 건설 중이다. 연장 243m 폭 7.5m의 교량과 접속도로 개설에는 총 62억원이 사업비가 투여된다. ▲ 총 62억원을 투입해 율곡면 두사리와 기리 사이를 잇는 교량 건설 현장. 주민들은 전 전 대통령의 선영방문을 돕기 위한 차원 아니겠냐고 말한다.
군민들은 공사가 한창인 이 교량의 효용성을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접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선영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선영 방문을 돕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것.

합천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강 건너에는 불과 몇 집밖에 살고 있지 않아 이용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농로 구실밖에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달 지릿재 터널이 개통돼 다리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며 “이미 쓸데없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교량을 이용하면 기존 20여분 남짓 돌아가야 하는 거리가 5분 정도로 짧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기남 ‘새천년 생명의 숲을 지키는 합천군민 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의 전 대통령 세배 파문에서 보듯 국민들의 마음은 냉정하다”며 “희생자들이 엄연히 살아 고통을 겪고 있는데, 대통령이었다는 이유 하나로 영웅시 하는 것은 마치 일본이 조선 근대화를 위해 침략했다는 것과 무엇이 다느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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