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 스텝 업
춤이 폭발하고 있다. 비주얼이 넘치는 세상이니 당연하겠지만, 그 기세가 자못 등등하다. 세상이 잔혹한 경쟁으로 사람을 빠짝 조여 오니, 그 틈새로 새어나오는 몸부림이 격렬해서 더욱 그렇다. 빈민가 천덕꾸러기들의 숨 막히는 막다른 골목이 주체할 수 없는 몸부림으로 뜨겁다. 뒷골목 디스코텍이나 콜라텍의 그늘에서, 캡을 옆으로 틀어 쓰고 헐렁한 힙합바지로 바닥을 쓸고 다니며, 껄렁한 몸짓과 쌍스런 말씨의 양아치들이 남아도는 시간죽이기로 몸을 뒤틀거나 대가리 처박으며 오만가지 묘기대행진을 해대는 화끈하게 요란뻑쩍한 춤.
그 브레이크 댄스에 온 몸을 내던져 흔들고 비틀고 돌리는 샛파란 꼴통들. 지금 그 B보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독일대회 영국대회에서 세계 최강으로 등극하더니, 마침내는 이번 미국대회에서도 우리의 B보이팀 ‘갬블러’가 우승을 차지했단다.
매스컴에서 이미 자자하고, 이런저런 행사의 관객몰이 이벤트에도 단골이고, 무엇보다도 TV광고에서 강렬한 파워로 폭발하고 있다. 마침내는 [난타]로 빅히트를 친 송승환이, 이번엔 이들 B보이와 우리 국악의 만남으로 한류 바람을 다시 또 몰아치겠다는 다짐이 단단하다. 그 태생이 어떠하든, B댄스는 화끈하고 지끈하고 격렬하고 파워풀하다. 그게 요즘 그 우아한 고전발레와 만나고 있다.( TV광고에서 보셨지요? )
그렇다고 그 외침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모두 좋은 것도 아니기에, 그 옳고 그름과 그 좋고 나쁨을 가려내야 한다.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쏟아져 이 세상에 넘쳐흐르고 있다. 이제 막 그 봇물이 터져 나오고 있기에, 우린 거기에 함께 뒤섞여 쏟아져 나오는 어중이 떠중이들을 가려낼 잣대도 아직 만들지 못했고 간추릴 내공도 아직 쌓지 못했다.
그 어떤 퓨전이든, 잘못 만나면 죽도 밥도 아니다. 진짜 제대로 만나게 하려면 참으로 범상치 않은 내공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퓨전작품은 거의 대부분이 죽도 밥도 아니다. 그러니 퓨전이라고 무조건 반길 것만은 아니다. 21세기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소란과 낭비이다. 그렇다고 그걸 내팽개치고 코웃음만 칠 일도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문화코드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우월감에 젖어있다. 어렵고 어렵지만 제대로 된 퓨전의 소중한 씨앗이 잉태되도록 정성스레 가꾸어야 한다.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인류의 장래가 걸린 아주 중요한 일이다.
댄스도 신나고 음악도 신난다. 우리의 B보이 댄스에 홀딱 반해선지, 이 영화의 댄스는 조금 싱겁다. 오히려 빽뮤직이 참 좋다. 마지막 댄스장면에서 실황연주로 들려주는 퓨전음악이 유난히도 돋들렸다. 재미가 [플래시 댄스]나 [더티 댄싱]보단 못하지만 분위기가 비슷하다.
가벼운 패스트푸드 영화라고 하기엔, 그 음악에게 많이 미안하다. 역시 음악영화나 댄스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아야 한다. 춤의 역동감과 소리의 음향감이 손바닥만한 비디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 뱀발 : 아무리 하류문화의 B댄스와 상류문화의 발레를 뒤섞는 퓨전이라지만, 흑인 B보이와 백인 발레리나를 사랑으로 뒤섞어 넣을 정도까지 오바하고 싶진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피터지게 치열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겠다. 먹고 살자고 만든 영환데 뭐얼~!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