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輓歌 -5월 추모시-
찔레꽃 輓歌 -5월 추모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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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광주민중항쟁 21주기 추모의 노래 -

남도의 봄빛
흐드러진 5월이 오면
찔레꽃 하얀 가슴에
방울방울 고운 피 묻혀
5ㆍ18 그날의 슬픈 노래를 적는다

총탄 맞고 절뚝이며 절뚝이며
쫓겨가던 사람들
쫓겨가다 죽은 사람들
그 피눈물 항거의 계절에
자유민주주의 만세 부르며
포도 위에 쓰러져 죽어
아무데나 함부로 묻혀버린 사람들

21년 세월에도 잊혀지지 않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내릴 수 없는 피 깃발
찔레꽃 하얀 가슴에
고운 피 방울방울 묻혀
민주.자유.민족.통일을 외치고 죽은 사람들
그들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름을 쓴다

IMF 선진자본의 빚 독촉에 가위눌려
파농한 농민의 아픔으로
그 농민의 아들 다시 쫓겨난
구로공단 실직의 쓰라린 절망의 눈물로
우리는 만나야 한다

절규하는 휴전선 넘어 고향을 그리다
한 많은 피난살이 반백년
잃어진 핏줄을 그리며 우는 실향민의 아픔으로
절절히 묻어나는 식민지 100년의 설움을 모아
5ㆍ18 광주민중항쟁 21주기 추모의 노래를 쓴다

잠들라 잠들라 하지만
아직은 잠자리가 편치 않아
민주유공자 승격법안 놔두고
티격태격 정쟁에 시끄러운 국회의사당
그 날의 초라한 돌비
아직 피 마르지 않았는데
겨우 벗겨진 폭도의 누명 너무 무거워
아직도 5월은 얼굴 가리고 피눈물 흘러야 하나

꽃다발은 시들고 향기 사라지고
거짓 찬사는 찔레꽃 가시
꽃밭에 숨은 살모사처럼
피멍든 가슴 속 심장에 파고든다

아직도 광주는 썩지 못하는 눈물
망월동에 갇혀 홀로 우는 슬픈 죄인이냐
그날의 무등은 의연히 솟아 있는데
하늘엔 태양, 정의의 횟불은 타오르는데
잠들지 못하는 가슴 딛고선
외제 군화는 이다지도 무거워
피젖은 그날의 깃발 어디다 다시 세워야 하랴

깨어나라 깨어나라 외치는
저 구천의 소리 있어 귀 기울이면
자유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싸워서 누리는 권리
하늘 아래 땅 위에
세월이 가도 식지 않을 가슴
그 잊혀질 수 없는 불멸의 노래로
5ㆍ18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잠들지 않는 남도 항거의 심장은 뛰고 있다

떨기진 찔레꽃 하얀 가슴에 고운 피 방울방울 적셔
다시 불러보는 가신 님들의 이름이여
그 피멍든 가슴에 새기는
불멸의 불꽃 고귀한 자유의 노래
오오 길이길이 타오르라 그날의 함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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