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의약이 대안이다
21세기, 한의약이 대안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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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허연(가정의학과 의사)
수 천 년 동안 한국인과 함께 해온 한의약인데도 1993년에 한시 직제로 담당부서가 중앙정부에 한방진료부가 설치된 공공 보호 의료기관 112개중 1곳,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1곳 추진, 3,433개 보건기관 배치 공중보건 한의사 893명, 한의사 보건지소장 2곳, 국립한의대 0곳.

공공분야에서 차지하는 한방 의료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몇 가지 지표다. 한방 의료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공공의료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취약한 한방공공의료 부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동안 35개 보건소를 한방 건강증진 허브 보호소로 지정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또 양한방 협진체계를 갖춘 의료원의 경우 경영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

민족의학에 과다한 대접

한편 정부는 지난 15일 국립대인 부산대에 한의학 전문대학원을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민족의약인 한의약을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해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부응하여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한방주치의를 둠으로 써 한의학에 대한 견해를 표방했다.

노무현 정부, 386 정치인, 진보언론의 한방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수 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 고유의 전통의학이니까 다른 나라와는 다른 무언가 있을 것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로 국민건강을 한의약에 맡기려 하고 있다. 요즘처럼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에 관념론적인 철학으로 무장한 민족의학이 의료의 주체로서 한쪽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를 세계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을까?

중국을 포함해 세상 어디에도 우리처럼 동양의학(전통의학)을 현대의학에 대해 배타적 영역으로 인정해 주는 나라는 없다. 침술을 한의사가 행하면 정당한 시술이고 의사가 행하면 불법이 되는 곳은 이 땅 대한민국 이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편협한 민족주의 넘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국민의료는 과학에 맡겨야한다. 철학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과학적 의료라 함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드러난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객관성 확보를 위한 노력 없이 철학적 주장만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려 한다면 그것은 의학일 수 없다.

과학은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진리를 추구할 뿐 자체를 진리(황제내경 동의보감)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동북공정에 대한 대항으로 민족주의를 앞세워 저급한 드라마를 찍어대는 현실에서 우리의 역사 인식이 20년 후퇴함으로 느낀다면 서양의학에 대안으로 한의약대학을 세우는 것은 우리의 의료를 200년 후퇴시키는 행위 일 것이다.

유목민의 전통을 살린다고 전군을 기병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우리의 한방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한다고 세계 제일이 될 것인가? 필자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가까운 태국에서 대체의학으로서 국가 관광 상품을 만들어낸 마사지, 일정체계를 갖춘 인도의 아유르베다 등 세계 어디든 그들대로의 전통의학은 살아있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의 전통의학도 훌륭하지만 상대적 우위를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자긍심을 높일 순 있으나 정치적 의도로 이용되어진다면 나찌즘의 부활과 다름없다.

민족의학은 인류 의학 발전의 보고로서, 자원으로서 훌륭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이라면, 한민족이라면 우리 것이 최고라고 우리의 전통이 가장 우수하다고 믿고 싶은 게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은 자기주장만을 되풀이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생떼일 뿐이다.

진보를 표방했던 언론과 진보주의자라고 자처하고 있는 주도세력은 심도 있는 자기성찰로 편협한 민족주의를 버리고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과거가 아닌 내일의 언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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