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에게
삶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에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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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양재호(동신자활후견기관 관장)
지역주의 극복, 개혁, 100년 갈 정당 등등의 화려한 수사를 앞세우며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이 이제 창당 3주년이 되었다.

명색이 집권 여당의 기념할 만한 날이면 각계에서 창당 3주년에 대한 각종 축사가 쏟아질 법도 하건만 들리는 건 온통 조사(弔詞)뿐이니 창당 3주년 행사장이 그야말로 추도식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추도식장엔 그저 참석하러 온 사람, 추도하러 모인 사람, 진정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 이렇게 세 부류가 있다는데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총체적인 실패에 대해 진정으로 슬퍼할 사람이 얼마나 모일지는 나로서는 도무지 짐작하기 어렵다.

여전히 힘이 정의인 사회

오히려 슬픔과 반성은 뒷전이고 1년여 남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재창당, 통합신당, 헤쳐모여 신당 등 등 어지러운 소리를 쏟아내며 자기 살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이합집산의 움직임을 보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힘이야말로 정의요 진리”라는 군사독재 시절의 논리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돌아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과 “힘이 정의로 통하는 세상이 아니라 정의가 힘이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순진한 민초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3년이 흐른 뒤, 우리들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고 집없는 자 여전히 집이 없고, 배고픈자 여전히 배고픈 세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더 나빠질 가능성은 보여도 개선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세상은 살만한가

열린우리당이 창당 3주년에 즈음해서 국민들의 희망을 부셔 놓은 것에 대해 진솔한 사죄와 반성을 통해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대권놀음”과 “정치공학”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어떡하겠는가...

흐르는 대로 놔두어도 언젠간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텐데.
결국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한사람 한사람의 힘을 모아 더 나아가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이 열린우리당 3년을 지켜본 이땅의 민초들의 소회일 것이다.

삶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과 그래도,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라고 끝까지 믿는 모든 우리들에게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되어”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여전히 유효하다.

“나하나 꽃되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나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 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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