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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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대한민국]조재호(자유기고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또 내가 누구였는지는 묻지 마세요. 나도 부드러운 엄마의 젖을 물었던 기억,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언니 오빠와 “미옹 미옹” 하면서 놀았던 찰나 같은 기억, 있어요. 행복했었죠.

그러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우리 고양이들은 인간들이 사랑하는 개와 달라요. 충성과 복종을 성품으로 삼는 개를 인간은 무척 좋아하죠? 허나 우리 고양이들은 독립을 좋아합니다. 물론 누군가 내게 밥을 준다면, 내 몸은 그 사람에 대해서 평안을 느끼겠지요. 허나, 우린 개처럼 ‘복종’ 하진 않습니다. “주인”이라고도 여기지 않습니다.

대체 주인이라니? 인간들은 참 이상한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생명이 '소유'될 수 있으며 '주인'이 될 수 있나요? 인간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도 신의 '노예'로 여기는 우스운 생각을 하지요? 인간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주인'행세를, 강한 사람에게는 복종 해대는 '노예'근성의 동물이죠.

핵같은 무기로서 '자주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파괴적인 생각을 하는 우스운 사람들이잖아요? 또 약한 나라를 마치 주인이 노예 부리듯 하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고, 그 강한 나라에 빌붙자고 아우성대면서 울부짖으며 '주님', '친미'외치는 것도 인간. 정말 우리, 고양이로서는 이해 못할 코미디를 하고 있어요. 하하하!

인간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서로 죽이면 되는데 우리들을 둘러싼 이 세상 자체를 망칩니다. 사람을 그렇게 죽였던 핵무기 '국적'에 그렇게 민감하다니! 또 이게 전부 위정자 탓이라고 합니다. “놈현 때문이야.” 인간은 또 누구 책임인지를 따지길 좋아하더군요. 하지만 이건 '노무현' 때문도 '부시, 김정일'과 같은 높은(?) 사람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피를 보고도 마구 질주하는 그 어리석음이 어떻게 '놈현' 때문입니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며칠 전 어느 조간신문에 사진이 실렸죠. 바로 한달 전에 바로 그 곳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고 다쳤다는군요. 그곳이 서해대교라던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느냐 싶게 자동차가 달립니다. 처음에는 사람이란 동물이 참 담이 센가보다 했어요. 우리 고양이는 조심성이 많아 늘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피거든요.

그런데 인간이란 동물은? 금세 잊어버리는 건가요? 자기들 종(種)이 그 자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는데,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쁠까요? 무지하고 어리석고 멍청한 종자들! 바로 엊그제 뉴스였나요? 못사는 사람들, 생존권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위현장에 차를 들이미는 그 심성이 어떻게 '놈현'때문이고 '부쉬, 김정일'때문입니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지금 당신들이 출퇴근 하는 무진로라는 도로 위에 누워 있습니다. 싸늘해진 가을 밤, 나는 사람들의 마을을 떠나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밤중, 내 조심스러운 성미는 살금살금 기어서 아스팔트에 도달했습니다. 가장 경계하는 자세로 웅크린 내 눈에서는 형광등처럼 빛이 났습니다. 뛰었습니다. 그러나 검정색 승용차가 나를 밟았습니다. 내 몸은 짓이겨졌고 피가 뿌려졌습니다. 일어서고 싶었지만, 내 뼈는 발라졌습니다.

연달아 인간들의 차는 내 몸을 너머 갔습니다. 죽은 고양이 시체를 넘어가면, 고양이는 죽지 못한다는 당신들이 가진 전설처럼 내 몸은 모두 짓이기고, 살이 발라지며, 뼈가 으스러져 있는데도 죽지 못하고, 당신들을 쳐다봅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당신들은 쌩쌩쌩 달려갑니다.

당신들! 짓이겨진 몸 어딘가에 달린 형형한 내 눈과 마주쳐 움찔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군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그러나 제발, 부탁하건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그렇게 어리석은가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들 인간들처럼 원한을 품는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아요. 그러니 제발 내 박살난 대가리와 몸을 보고 당신들의 어리석음을 잠시나마 깨달아 주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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