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 존경을
노인에게 존경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가밝아오니]정지창 영남대 독문과 교수
새천년의 축제 분위기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이른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특히 대도시보다는 농촌에서, 그리고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고령화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젊은이들이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농촌과 지방에는 노인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인들의 자살률도 해마다 높아졌는데, 2000년에는 60세 이상의 노인 자살자 수가 1626명이던 것이 2004년에는 4118명으로 2.5배 증가했다. 또한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보다는 강원, 충북, 경북, 전북 등 지방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농경사회에서는 집안과 마을의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고 권위를 누리던 노인들이 산업사회에서는 자식들에게 천덕꾸러기요 사회에는 거추장스런 짐으로만 여겨지는 세태의 반영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이른바 산업화의 역군으로 청춘을 바친 세대들은 그들이 이룩한 경제발전의 성과와 그들이 치른 희생에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딱한 것은 고향을 지키는 나이든 농민들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세계화의 거센 물결 앞에 설자리를 잃은 이들은 자칫 자살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한다. 이문구의 소설 「장곡리 고욤나무」에 나오는 늙은 농부 이기출 씨는 도회지에 사는 아들이 사업자금 한다며 문전옥답을 팔아달라고 윽박지르자 세상이 재미없다고 고욤나무 가지에 목을 매고 만다.

노약자들의 안전망이 되어 주던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이제 노인들은 기댈 데가 없는 신세가 되었다. 송기숙의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을 보면 비록 가난하고 고달프지만 상부상조하며 오손도손 삶을 꾸려가던 농경사회가 잃어버린 낙원의 모습처럼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

평생 농사를 지으신 한 어르신이, 기업체나 공장에서는 30, 40년 같은 일을 하면 승진도 시켜주고 월급도 올려주는데 농민은 왜 승진도 승급도 안 시켜주느냐고 푸념을 하시면서, 공산품과 서비스 요금은 모두 생산자나 기업체가 멋대로 정하면서 농산물 값은 왜 농민이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냐고 한탄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노인들이 소외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은 후손들과 사회의 무관심 때문이다. 앞의 어르신께서 어느 날 약속이 있어 혼자 식당에 앉아 있는데 한 젊은이가 방문을 열어보고는 ‘아무도 없군’ 하고 문을 닫더라는 것이다. 젊은 것들은 노인을 아예 사람으로 쳐주지도 않느냐며 항변하던 그 분은 이제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

홍남순 변호사처럼 존경할 만한 어르신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노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지혜와 경륜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인간적 품위를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도 멀지 않아 노인이 된다는 평범한 이치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