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교육
얼빠진 교육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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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 정규철 한국투명성기구광주전남본부 공동대표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북돋아 주는 성스러운 사업이다. 의업(醫業)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고결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느 한 순간도 교육문제로부터 비켜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어도 이를 참고 견디면서 슬기롭게 대처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교육부패의 끝은 어디인가

하지만 근래에 일어난 일련의 교육적 사태를 놓고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위기감을 떨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동물적인 직성이 풀릴 때까지 아이들에게 매질을 가한다거나 시험을 앞둔 여학생을 건드린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 행위다.

얼마 전 교육부 수장으로 임명된 자를 검증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그의 그릇된 현실인식에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논문 재탕’과 ‘제자 논문 표절’이 대학가의 관행이라고 우기다가 미소를 짓고 떠났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물러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야단날 뻔 했다고 느끼는 순간 교구납품비리사건으로 두 학교회계책임자들이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와 직면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부패의 끝이 어디인지 가슴 조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남의 자식 가르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사도(師道)를 들먹이는 것은 공소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학교를 짓고 교구를 사들이면서 어떻게 업자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수수할 수 있단 말인가. 도덕적 감각이 마비되지 않고서는 감히 저지를 수 없는 무모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시교육청의 대처가 앞으로 신설학교 행정실장은 엄선해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어디 그것이 행정실장 한 두 사람만의 잘못이던가. 그동안 부정과 비리로 만신창이가 된 광주교육을 두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단 한 번이라도 뼈를 깎는 자성과 자정노력을 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명문대 진학률이 학교평가의 기준이 되고 수월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얼빠진 교육이 되고 만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현장파악을 게을리 하다가 기강이 흐트러져 대사를 그르쳤을 때는 내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차제에 주민소환제가 갖는 의미를 깊이 있게 음미해 볼 필요가 있겠다.교육수요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러시아 태생 미국의 사회학자 소로킨(P.A.Sorokin)은 “우리들의 시대 위기가 뭐냐”고 묻고는“서양이 짐승의 나라로 가기 때문에 위기다. 이걸 자꾸만 하기 때문에 위기다. 서양은 이제 끝난다.” 라고 설파했다.

미국이 아직 ‘걸프전’이나 아프칸과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에 나온 지적이지만 양키이즘으로 찌들어가고 있는 현대 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어서 그는 “그럼 어디에 가서 배울 거냐? 동방사회를 배워라”라고 했다. 그가 지금 한국에 와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혹여 ‘짐승의 나라’ 운운 할 것만 같아 몸서리쳐진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6년 뇌물공여지수’ 조사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5.83점으로 30개 국가 중 21위였다. 국가청렴도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 수치다. 2005년도 시교육청의 부패지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병폐는 해방 후 민족교육을 반듯하게 세우지 못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만을 강화하는 미국문화나 교육만을 추종하다가는 우리의 꼴이 우습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한국인상은 민족역사의식이 투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는 넓은 도량과 확고한 신념으로 나라와 겨레의 삶을 반석위에 올려놓고야 말겠다는 거시적 안목을 갖춘 인물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자족할 줄 알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자기가 주인이라는 그런 상태가 옛 선비교육이 지향했던 지표였음을 상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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