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그립다
다산이 그립다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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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편집장
5.31 지방선거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지만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내놓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엊그제는 공천헌금을 주고 지방선거에 나갔던 모 정당 후보와 중앙당 당직자 등 2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10월 23일 치러질 광주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도 벌써부터 금품이 오가는 등 불법 선거운동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지방선거가 금권과 불법 타락, 선거법 위반으로 얼룩지면서 지방자치의 근본취지는 실종 상태다.

가관인 것은 선거법 위반으로 직위를 떠난 전임자의 부인이나 동생 등 가족이 재선에 출마하려고 움직인다는 소문이다.

광주-전남에서는 10월25일 재보선에서 신안군과 화순군의 군수 선거, 그리고 해남?진도 국회의원 재선거 등이 치러진다.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상대당 후보의 사무실 도청 등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질러 군수 혹은 의원직을 상실했으면서도 공천후보 신청에는 일부 가족이 다시 나오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선거는 지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 선거법 위반자들이 과연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었는가는 다시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 가족이 재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군수직을, 혹은 의원직을 박탈당한 그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만 지역 내에서 당 선호도가 높으니 특정 당 후보로 선출되기만 하면 당선은 따논당상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도박이 아니겠는가.

올해부터 지방선거 비용 부담이 지방자치단체로 대거 넘어옴에 따라 선거를 한 번 치르려면 그렇잖아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지역 자치단체들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광주-전남 지역 자치단체가 부담한 지방선거 비용은 지난 2002년 160억여원 수준에서 올해 530억여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번 화순과 신안의 재보선에만도 20억여원이 추가로 지출돼야 할 판이다. 모두 두 자치단체의 재정에서 부담한다. 선거 치르고 나면 제대로 된 지방 사업도 몇 건 되지 않을 게 뻔하다. 남들은 한 번에 좋은 지도자를 뽑았는데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두 번씩 선거를 치러야 한다면, 사실 문제의 장본인들은 오히려 지방에 끼친 손해를 배상해줘야 마땅하다는 여론도 나옴직 하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당선되려고 하는 그들이 당선된 뒤 어떻게 행정을 펼쳐갈 지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주고 공천을 받은 후보가 당선되면 본전뽑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란 점도 너무도 뻔하다.  도대체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지역민을 사랑하는 진정한 지도자는 찾기 어렵다.

베트남 관광코스 중에는 하노이에 있는 호치민묘가 포함된다. 해방영웅 호치민의 머리맡에 다산이 지은 목민심서가 놓여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번씩 어깨가 으쓱해지곤 한다. 호치민의 뜻으로 목민심서가 베트남 공무원들의 지침서로 채택됐다는 데 이르면 올라간 어깨가 한껏 높아질만하다.

목밈심서 제 2장 ‘율기육조(律己六條)’를 보면 “청렴은 관리의 본분이요, 갖가지 선행의 원천이자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 자신이 쓰는 돈이 백성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란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부를 탐하는 수장은 아랫사람들까지 물들여 하나같이 축재만을 일삼게 되며 이는 곧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도적떼와 같은 존재”라고 경계한다.

호치민은 죽을 때 지팡이 하나와 옷 두벌, 목민심서를 비롯한 책 몇 권만을 유품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만한 청렴은 아니더라도 도적떼와 동격으로 비하되는 목민관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다산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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