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대
폭력시대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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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곽규호 취재부장
1950년 6·25 전쟁의 희생자 수는 200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쟁의 피해는 '200만명' 이라는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되돌아오고 역사의 깊은 상흔으로 남았다.

한반도는 이념으로, 지리적으로 분단되어 발전을 방해당했고, 국민의 배를 채워야할 국부가 군인을 먹여 살리고, 무기를 수입하거나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30여년의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어느 국민도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왜? 적이 언제 내려올지 모르니까.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전쟁의 위협으로 국민을 위협해온 군사 정부는 권력을 폭력적으로 사용해 파시즘적 사회를 유지했다. 무시무시한 폭력은 수많은 인사들을 고문으로, 감옥에서 죽어가게 했다. 노동현장에서 스스로를 불태우고 죽어가게 했으며, 시위 현장에서 방망이에 맞아 죽어가게 했다.

극단적 폭력사태가 1980년 광주민중항쟁에서 터졌다. 군사력이 동원돼 시민의 저항을 잠재웠다. 수백, 수천명의 목숨을 폭력으로 처리했다. 20세기 한국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이었다.

국가에 의한 대규모 폭력은 그 후유증이 깊고 오래 간다. 폭력의 피해자는 피해자로 남는 게 아니라 국가에 의해 계속적으로 감시당하고 소외당한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흐르는 국제정세 속에서 큰 정부가 옳으냐 작은 정부가 옳으냐 논란이 있다.

그러나 폭력의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큰 정부의 과도한 폭력은 절제되어야 마땅하다.

국민의 정부를 이은 참여정부에서조차 노동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구타에 사망한다. 임산부가 걷어차여 유산한다. 명백한 살인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적법 여부가 판가름나지 않은 노사분쟁에 대한 명분없는 공권력 투입과 노동자 강제해산도 흔한 공적 폭력이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생각하고 당해온 일들이 사실은 폭력이었다는 이야기다.

평택 대추리에서는 미군의 진입을 막는 주민들의 집을 부수고 있다. 지붕 위에 올라 밧줄로 자신을 묶은 채 저항하는 주민들은 처절하다. 야만적 강제철거는 미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 나라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작업이었다.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여기저기서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시켰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한 셈이다.

한미간에 진행 중인 FTA는 어떤가. 정부는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을 강행하고 있다. 협상장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한미FTA로 인해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면서 걱정이다. 한 연구자에 따르면 4인가족 기준 연 소득 6천만원은 돼야 FTA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근로자 평균 소득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결국 평균적인 근로자들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국가에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국민을 힘들게 한다면 이 또한 국가의 폭력이 아닐 수 없다.

한미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가 올 가을부터 대대적인 반대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숫자에 기대 힘을 동원하여 국가의 폭력을 저지해보겠다는 것이다. FTA 진행과정이나 정부의 대응에 따라서 대규모 반대운동이 예상된다.

골드만은 폭력적 저항은 이 사회가 감내할 수 없는 불평등 요소들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강력한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에 의한 일상적 폭력과 권력을 이용한 폭력적 정치는 사라져야 하지만 폭력이 사회에 만연하는 것도 좋지 않은 조짐이다.

폭력을 사용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고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최정기 전남대 교수는 최근 모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고민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대중들이 서로간의 소통을 고양시킬 수 있는 방식, 자신들의 힘을 민주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에 대화를 좋아하는 그들이 넘쳐나야 사회의 폭력과 국가의 폭력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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