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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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정용식 광주중앙자동차 운전학원 원장
요즘경기에서도 적당한 규모로 그럭저럭 장사가 되던 식당을 갑작스럽게 개조하여 성인오락실로 전업했던 친구가 있다.

그 식당 주변 동네가 온통 성인오락실의 화려한 간판으로 점령되던 올봄, '이제 이 동네는 성인오락실과 짜장면(오락실에서 시켜 먹기 위해)집 빼고는 되는 것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던 친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 오락실 기계를 공급하는 업자와 나눠 먹기식으로 식당을 정리해버렸다.

당시에 전국이 얼마나 성인오락실 창설 붐이었는지 간판 치장을 끝냈음에도 기계가 없다하여 두어 달 후인 7월에야 오픈했다한다. 식당이 그래도 7~8명이 일해야 할 정도의 규모와 내용을 갖추었지만 일찍부터 늦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고생해봐야 손에 들어 온 게 너무 뻔했기에 바람타고 들어오는 성인오락실 유혹은 그의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식당공간만 제공하면 수익의 30~40%를 손에 쥐게 되어 한 달에 4~5천만원 떨어지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라는데, "뭔 도박 사업이야" 라는 혹시나 하는 우려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을 것이다.

자영업 경기가 급속히 냉각하면서 광주, 전남지역만 해도 올 상반기에 문을 닫은 요식업체가 2,000개를 흘쩍 뛰어넘었다 하니 그 친구 동네 50여개가 넘은 성인오락실도 아마 100% 식당 등 자영업이 전업한 것이니 이 친구의 전업도 한편으론 편안하게 황금알을 쫒아간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너무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엔 지인 중 한사람이 내게까지 투자금액의 20%~30%정도를 매월 수익배당 받을 수 있다고 오락실 투자를 권유한 경우도 있고 보면 확실하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것 같다. 일반적인 사업의 20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다하니, 누가 혹하지 않을까? 비록 그 친구는 불행(?)히도 본전도 찾기 전에 전국이 '바다이야기'로 출렁거려 친구 안부 묻는 것조차 어색스럽게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횡재를 꿈꾸며 도박장에서 날밤 세우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이나, 단기간에 큰 수익률 기대하며 뒤늦게 도박 사업에 뛰어들어 본전도 못 찾고 된서리 맞은 친구나, 그들의 실패에 대한 잘 잘못과 책임소재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마음은 없다. 그들의 선택이었기에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인오락실이 동네마다 넘쳐나면서 대부분의 열심히 살아가는 사업자들에게 박탈감과 사업의욕을 상실케 했다는 것이다. 힘든 시기임에도 꾸역꾸역 앞만 보고 사업해가는 많은 중소 사업자에게 사업하기 싫은, 사업실패의 핑계거리를 주었던 것이다.

비록 중소사업자들은 경기에 따라 부침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핑계거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 탓하며 위안 받고 어려움을 넘기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을 수 있지만 어려운 사업여건에서도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일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왔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맞이해야하는 박탈감과 의욕상실은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한단 말일까?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느끼는 여러 악조건에서 임대료와 종업원 인건비도 건질 수없는 한계상황을 맞이하기도 하면서 오직 조그만 수익이라도 꿈꾸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뛰고 있는 수많은 중소사업자들에게 연 200%~300 수익이 가능하다는 도박 산업이 동네마다 파고 들어올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정부기관, 지자체조차도 큰돈이 된다 하여 여전히 도박 사업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당나라 서예의 달인이었던 구양순은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는다 해서 나온"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어떤 일을 할 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별다른 핑계를 대거나 남을 탓하지 않는 법'이라 했다. 어느 시기보다 정신적 각오가 중요한 시기에 사업하는 사람들이 부침이 있더라도 다른 핑계나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 너무나 아쉬운 때 인 것 같다.

/정용식 광주중앙자동차 운전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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