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쵸콜릿
가나, 쵸콜릿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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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유등등]허연 가정의학과
우리에게 암울하기만 했던 80년대 그 시절.

소피마르소의 청순함을 닮았던 소녀적 채시라의 CF 광고에는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인 볼타호에 한가로이 떠있는 쪽배 위에서 달콤하게 베어 먹던 가나 쵸콜릿 한 조각. 볼타호의 아름다움과 소녀의 청순함과 달콤한 쵸콜릿의 어울림은 보는 이들에게 꿈결 같은 환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소녀의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만큼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수많은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몰려들게 한 월드컵을 통해 가나 쵸콜릿을 떠올려 본다.

참가국들 중 축구 강국이라고 익숙해져 있던 나라들과 다르게 생소하게 들려진 코트디브아르, 가나, 토고…

우리 방송은 이들 서부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현란한 발놀림과 함께 거의 발가벗고 굶주린 듯한 현지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앞 다투어 생생하게 보도하였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터라 뉴스, 오락 할 것 없이 다른 나라들과 선수들에 대해서 풍성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모 프로그램은 TV 한대를 기증하였고 온 마을의 사람들은 새까만 피부에 날라 오는 모기떼를 맨손으로 저어내며 토고 토고를 외치며 다함께 응원을 하였다.

흥미 이외에 별다른 이해 없이 마치 서구인들처럼 동물의 왕국이나 타잔정도의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를 강요당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들 나라들은 오래전 유럽 제국주의에 의해 황금해안(가나) 상아해안(코트디브아르)등으로 명명된 침략의 중심지였던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해 있다.

마치 500년 동안이나 유린된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제국주의를 전 세계에 고발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여 졌다. 그들에게도 세계 다른 대륙과 마찬가지로 분열과 갈등 통합을 위한 그들의 역사가 엄연히 진행되고 있었다. 적어도 유럽 제국주의가 침략하기 전까지….

오래전 아랍상인들에 의하면 유럽 못지않은 부유함이 있었고 현지인이나 여행자들에게도 가장 안전하고 넉넉함이 있는 대륙으로 알려지곤 했다. 도시를 벗어나면 안전을 기약할 수 없는 치안부재의 오늘날 서아프리카땅은 아니었다.

500년 지배 이전의 아프리카의 역사는 사장 되어 버리고 제국주의에 의해 아프리카의 역사는 다시 쓰여 졌다. 대륙이 품고 있던 황금, 다이아몬드, 곡물 등의 약탈, 종국엔 인류사에 가장 반인륜적 행위중 하나인 노예제도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아프리카의 역사로 만들어진다. 사람을 세는 한명 두 명의 단위가 아닌 화물을 세는 몇 톤으로 팔려나간 그들은 가족이나 형제 혹은 이웃을 사귀었던 인간은 이미 아니었다. 가축이나 화물일 뿐이었다.

수많은 약탈과 2,000만 혹은 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노예사냥으로 그들의 자생력은 약화되었고 고약하게도 멋대로 그은 국경선으로 부족간의 분열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땅에선 어떠한가?

아프리카에서 권력자들과 손잡고 손쉽게 이러한 것 들을 취하였듯 제국주의는 권력자를 앞세워 허망한 국가라는 미명하에 개인들을 짓밟고 있지는 않은가.

FTA는 군사와 자본의 동맹이든 세계화의 물결에 함께하는 과정이든 또 다른 그 옛날 유럽 제국주의 모습은 아닐까?

36년 식민통치로 역류된 역사를 떠안고 가는 우리의 현실도 감당키 힘든데 500년 동안이나 식민지 역사를 갖는 아프리카에 대해 리틀 아메리칸의 사고를 갖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쩌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 이렇게 말하였다. "나와 너희는 형제다. 그러나 내가 너희의 형이다. 나는 너희를 도와줄 것이고 너희는 내말을 들어야 한다"

우리가 더 잘 살고 더 배웠으니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할까? 우리도 슈바이쩌와 같은 시각으로 그들을 보고 있지는 않는가!

중화 이외에는 모두 오랑캐 땅이라는 소중화 사상의 조선 선비는 부끄러워하면서, 서구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곳은 모두 미개한 땅이라는 서구 유럽인의 사고를 강요당할 순 없다. 과거에 중화 이외의 사해동포들이 모두 우리의 형제였듯 지금은 미국 이외의 제3세계인이 진정한 우리의 형제라고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가나 어린이들은 일당 1달러에 쵸콜릿 공장에서 중노동에 신음하고 있다.

전쟁으로 헐벗고 굶주린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향해 쵸콜릿을 던져주던 트럭위의 미군들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그러한 구호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인가.

똑같은 피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시각이나 사고로 마치 쵸콜릿을 든 구원자의 얼굴로 그들을 대하려 하지는 않은가
아프간에서 돌려보낸 2천명의 선교사나 슈바이쩌의 구호활동 마저도 제국주의의 또다른 모습일 뿐이다.

가나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활동이나 쵸콜릿 불매운동도 그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 즉 제국주의 진출 이전의 역사와 몸도 영혼도 바뀌어버릴 만한 500년 통치의 산물들, 그러한 그들의 삶과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형제의 관심과 사랑이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시간도 가나 어린이는 몸값 5만원에 팔려나가고 있다.

/허연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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