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가 어쨌길래
전라도가 어쨌길래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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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취재부장
“광주시민들이 무서운줄 몰라서 공수부대 곤봉 앞에 맞서고 탱크 앞에 섰던 것이 아니다. 수십명도, 수천명명도 아니고 수십만명이 그렇게 들고 일어섰던 것은 그만큼 속으로 쌓인 아픔이 컸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아픔을 너무 쉽게 말하지 말고 너무 가볍게 안다고 말하지 말고 많은 시간을 쏟아 마음으로부터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

얼핏 듣기에 1980년 5월 항쟁과 관련된 민주인사의 말 같다.

하지만 이 글은 광주 출신인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이 지난 달 한나라당 인터넷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왜 전라도에서 한나라당이 10%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지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는 듯하다.

경기권의 모 자치단체장은 전임자의 인사 행태를 비난하면서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 된다”고 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 잘못이 고스란히 호남으로 쏟아졌다. 이효선 광명시장의 이 발언은 변함없는 한나라당의 실체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망월동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도 그들의 속내는 변함없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선거를 앞둔 의원의 기자 성추행, 해 지역인 경기도당 위원장 및 간부들의 골프 회동등 기억나는 것만도 셀 수 없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한 국회의원은 국회 방위산업청에 대한 업무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어진다”고까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저들의 가슴 속 깊은 그 곳에는 9년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살림을 쥐락펴락하던 권력적 속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그들이 18년 군사독재 정권과 뒤이어 광주의 피를 짓밟고 집권한 민정당의 후예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아무리 김영삼씨와 야합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그들은 전라도사람들이 대선에서 90% 이상의 ‘비상식적 지지’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전두환씨는 주머니에 남은 돈이 겨우 몇십만원에 불과하다더니 며칠 못가 숨겨둔 억대의 자금이 발각됐다. 노태우씨는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을 조성해 국가에서 환수한 금액만도 2,200억여원. 정부는 그나마 530억여원을 아직도 추징하지 못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죽음. 다시 살아돌아올 수 없는 수백, 수천의 광주시민의 죽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희생자를 포함한 광주시민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은 그래서 더욱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이효선이라는 인물의 이번 발언, 나아가 영암-고흥 등과의 자매결연 단절 등은 다시 광주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쾅쾅 박은 거나 진배없다.

도대체 광주 시민이, 전라도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이순신 장군이 남해바다에서 왜군들과 싸울 때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 했다. 충무공 혼자서 왜군을 물리친 게 아니라 그 많은 해전에서 실전에 나선 수군들이 모두 남도의 조상들이었음을 후손에게 알린 것이다. 왜군이 부산 동래성을 넘어 진주까지 쳐들어왔을 때 김시민과 함께 성을 최후까지 지키다 전사한 대부분의 장수와 병사들은 호남의 의병들이었다.

호남의 지식인들은 또 근대화의 와중에 조선을 삼키려는 일본과 맞서 의병을 일으켰다. 일본은 호남의병초토화 작전을 벌여 그야말로 호남의 지식인 계급을 몰살했다. 지식인 계급의 몰살로 호남은 또다시 인재의 씨가 마른 버림받은 땅이 되었다. 다시 한 세대가 지난 1928년 호남 학생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일으켜 전국의 열혈청년들을 항일운동의 물결에 동참하게 했다.

결코 국난에 몸을 돌보지 않았고, 왜적의 침입에 가문의 후계를 걱정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권력의 압제에 굴하지 않은 전라도 사람들이다. 왜 호남이 푸대접받아야 하는가.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된다”란다. 아니, 한나라당은 이래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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