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거짓말
FTA 거짓말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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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눈]곽규호 취재부장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30년 전 군사독재 정부도 아닌데 국민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흘린다. 한미FTA가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손해 볼 것은 없다고 강변한다. 멕시코 경우를 예로 들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멕시코는 1994년 NAFTA를 체결했고, 이듬해인 1995년 통화위기와 함께 실질국내총생산 6% 이상 감소, 대량부도, 대량실업 등 경제가 파탄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 경제악화의 원인이 NAFTA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멕시코 경제악화의 원인

그러나 사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NAFTA체결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고, 농촌이 붕괴해 미국으로 불법 밀입국하는 숫자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한국과 멕시코의 경제수준이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개방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NAFTA를 반면교사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 하기 나름이다라는, 다소 주먹구구에 가까운 대안을 제시했다. 성공의 기회이지 보장이 아니라는 것. 그런 위험성이 있다면 왜 정부가 적극 나서서 체결하려는 것인지는 궁금할 따름이다. 기회요인이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지난 해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국제 자본그룹인 론스타라는 회사가 엄청난 차익을 남기고 다시 외환은행을 되팔고 떠나려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다. 외환은행을 넘길 때도 편법을 동원해, 말하자면 이 또한 국민의 눈을 속이며 헐값에 넘겼다는 소식도 알고 있으며, 당시 관련된 공무원이 처벌을 받았음도 안다.

농업분야를 들여다보면 더욱 참담하다.

캘리포니아의 들판을 달려보면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넓은 곡창지대가 우리의 기를 죽인다. 5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이어지는 농장들. 그곳에서는 쌀과 옥수수, 과일 등이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세계를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된다.

멕시코의 노동집약적 농업이 미국의 대규모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었을까? 미국에서 들여온 농산물은 멕시코에서는 생산가에도 못미친 가격으로 판매된다. 농민들은 땅을 포기하고 농촌을 빠져나와 도시빈민으로 살아가거나, 미국으로 밀입국한다. 농촌이 텅텅 비고 폐허가 되었다.

아직까지 제한적으로 수입되고 있는 칼로스 쌀의 국내 가격은 국산의 4분의 1~5분의 1 수준. 아직은 우리 농산물이 좋다고 사먹는다지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애국심에 호소한 국산농산물 애용은 줄어들 것이다. 농민들은 판로를 잃을 수밖에 없다.

결과는? 그렇잖아도 노년층이 지켜온 농촌은 사람이 없는 황무지로 전락한다. 도시에는 농촌에서 빠져나온 저임근로자가 넘쳐나고 늘어난 도시빈민들은 노동력의 저가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서비스업 개방으로 햄버거가게 종업원 자리가 늘어날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날렸다. 대부분 국민의 삶의 질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저하될 것이다.

시위? 국민의 소리

이러고 보니 '한미FTA가 체결되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재원도 마련되며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양극화 완화에 도움 된다'던 정부의 주장도 헛말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미국이 자국산 쇠고기 보호정책, 낙농우 보호정책 등에서 캐나다와의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은, 협정과 무관하게 자국을 보호하기만 할 뿐이다. 제 힘 자랑하며 내멋대로 할 테니 알아서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FTA가 필요하다면 철저하게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미국보다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나라와의 FTA를 먼저 추진해 경험을 쌓고 선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는 거짓말 말고 진실하게 FTA 추진의 속내를 털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수천 수만의 노동자, 농민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장대비가 쏟아지는 서울 거리에, 전국 곳곳에 모여 협정 중단을 요구했다. 이게 국민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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