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시대
괴담시대
  • 곽규호 기자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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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곽규호 취재부장
집단따돌림 즉, 왕따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시절은 지나간 이야기는 아니지만 초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 남긴 유서에서 학교는 감옥보다 무서운 곳이었다.

친구들 사이의 왕따로 고민하는 학생은 오늘 날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만날 수 있을만큼 흔해졌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학교폭력 방지책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자율방범, 학교 파견 경찰등이 그나마 나온 해결책이다. 엊그제는 학교폭력을 방지한다는 구실로 교실 내에 아무도 모르게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돼 교사와 학생을 감시해온 학교가 인터넷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제는 학생들끼리의 폭력이 아니라 교사의 폭력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교사가 초등학생의 뺨을 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돌고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가 제자를 성추행하고 오리발을 내민다.

친구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매질하고, 교사는 폭력학생에 관대한 학교는 더 이상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배움터가 아니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고 약자는 호소할 곳 없이 홀로 흐느낄 수밖에 없는 무법지대, 최후의 피난처요 구원자여야 할 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공포지대, 힘없고 재주 없는 평범한 학생들에게 학교는 이제 출구 없는 한계지대이다.

원혼이 떠도는 학교를 그린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 요괴가 출몰하는 학교 이야기인 '학교괴담' 시리즈, 심령술에 자신을 내맡기는 '분신사바' 등은 불안과 분노의 세월을 보내는 학생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문화 흐름이다.

'학교가 무서워요'라며 유서를 쓰고 이 세상과 작별하는 아이들의 다른 한 쪽에서는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격투기를 배우고, 게임이든 춤이든 하나쯤은 개인기를 습득해야 한다. 인격 도야, 전인교육은 교과서에 해골로 남아있을 뿐이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그들은 그 시절의 폭력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회가 폭력에 둔감해지고 그들 스스로 가학, 피학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안전도 인식조사에서는 전체 청소년들의 78.2%가 사이버 음란물 접촉에 73.6%가 사이버폭력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70.5% 성폭력, 55.6%가 일상생활 폭력, 58.5%가 학교폭력, 42.2%가 가정폭력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 학교-사회-가정 어디를 가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고, 환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맹자를 가르치기 위해 어머니는 세 번씩이나 이사 다니지 않았던가.

지금 우리의 청소년이 학교에서, 집에서 맘껏 자신의 개성을 꽃피울 수 있는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창의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인가. 아무도 긍정적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더 나아가 교육환경은, 건물 잘 지어놓고 컴퓨터를 제공하고 질 좋은 학습교재와 실력있는 교사를 두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소위 '좋은 교육 환경' 속에는 여전한 학벌?학력지상주의, 출세와 성공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삼는 유교적 전통의 입신양명 사상이 버티고 서 있다.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진리가 상식이 되고 통용되어야 한다. 인간애가 넘쳐야 한다. 약자가 사회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조직에 공헌할 수 있는 사회, 나에게는 엄격하되 이웃에게는 너그러운 사회, 이웃의 어려움을 품고 돕는 따뜻한 사회분위기가 마련되지 않고는 여전히 학교와 사회는 맹수가 우글대는 정글이다.

괴담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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