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멍든 민초의 넋두리
가슴이 멍든 민초의 넋두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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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홍광석 화순고등학교 교사, 소설가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객과 외제차 수입은 전년도 대비 각각 약 16%씩 증가했다는 통계이다. 현재 약 200여 곳의 골프장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또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지 오래다. (국토에 대한 골프장의 비율은 0.8%정도라고 하는데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 무역 거래량은 세계 10위권이며 우리나라 GDP는 세계 11위라고 한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0%에 근접하여 수치상으로는 집 없는 국민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구나 서울 특정 지역의 아파트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1인당 GDP 대비 아파트가격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또 그런 아파트를 수 십 채씩 보유한 사람들도 많다는 국세청의 발표를 본적이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우리 국민이 해외 부동산 구입 시 100만 달러까지 허용한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외견상 볼 때 우리나라는 부러울 것 없는 선진국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40%가량은 내 집이 없고 국민의 10%가 4인 가족 한 달 수입이 60만원도 못되는 절대빈곤층이다. 국가적으로는 돈이 많으나 고른 분배가 안 되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대통령도 양극화의 골이 깊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며, 경제학자들도 양극화 현상은 우리가 극복해야할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을 찾는 일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사회안전망도 부실한 우리나라에서 내 것 없으면 바로 죽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국제 유가 상승과 원화의 절상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데 한·미 FTA협정을 앞두고 미국의 시장 개방의 압력은 거세기만 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손발이 맞지 않은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만 까먹은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지방 선거는 끝났다. 국민의 신뢰를 모으는 정치인의 부재, 정치력의 한계, 국민들의 정치혐오증과 막판의 돌발변수로 인한 바람몰이, 투표에 참가한 일부 국민들의 비이성적인 판단이 뒤섞여 가장 나쁜 형태로 시너지 효과를 낸 최악의 선거였다는 소감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의 미래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국민들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이상하리만큼 느긋했던 청와대는 레임덕현상을 메꾸기 위해서도 행정구역 개편과 대통령 중임제 또는 내각제를 위한 개헌을 향해 바쁘게 대연정(大聯政)의 지름길로 내닫을 것이다. 대선에 뜻을 둔 정치인들의 행보는 한층 부산해지고, 여당은 새로운 분열과 통합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나쁜 속단이지만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야당이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그들도 민생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책임을 다 하기보다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발판으로 정권 창출에 매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야합 정치의 계절이 시작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청년실업 문제, 고용안정 문제, 출산율 1,08라는 비극적인 상황 등의 사회문제가 대안부재의 미결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또 문제는 갑작스러운 실직과 질병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고, 각종 사회적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도 오직 개인의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국민들 가운데는 오늘의 상황을 예측하고 염려했던 냉철하고 균형 잡힌 시각의 투표자들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 투표의 자유와 책임이 힘없는 국민에게만 고스란히 전가될 오늘의 민주주의가 후세에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홍광석 화순고등학교 교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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