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이야기]기아자동차 사내밴드 '봉고봉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고민을 한단다. 하나는 '이일을 업으로 삼을 것인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미로 삼아 질리지 않고 평생 함께 할 것인가'하는 것. 선택이 극단적인 만큼 두 가지 다 장단점이 있다. 취미로 삼기 위해 다른 일을 택한 사람은 평생 음악만 하는 사람을 부러워 할 것이고, 음악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도 취직이나 할 걸' 하겠지. 정답은 없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신중한 판단'만 있을 뿐.
몇해전부터 불어온 직장인밴드의 바람은 음악을 취미로 삼은 사람들의 표출이다. 연습한 곡으로 함께 공연을 하며 음악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광주지역 직장인 밴드 연합 주축에 서 있는 기아차 사내밴드 봉고봉고를 만났다.
음악에 '음'자도 몰랐지만…
"사내밴드인 만큼 회사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을 팀명으로 정했어요. 기아자동차가 80년대에 부도위기를 맞은 적이 있는데 그 때 봉고 신화로 위기를 탈출했던 것이 떠올랐죠. 처음엔 '봉고'로 하려다 조금 '약하다'는 반응이 있어서 '봉고봉고'로 결정했습니다."
어느 밴드이건 보컬이 팀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 익숙한 것 같다. 말을 잘하는 것도 보컬의 능력 중 하나일까? '봉고봉고'의 보컬 송동훈(29)씨가 대부분의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봉고봉고'는 지난 99년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 음악한번 해보자'며 시작됐다. 처음엔 4명의 멤버가 연습을 시작해 현재는 무려 9명의 대 식구를 가진 팀으로 성장했다.
"꼭 그런 걸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럼 전 '생활의 활력소'라고 뻔하게 대답하죠. 하하. 하지만 빈말이 아니라, 주야로 근무가 반복되고 단순한 생활이 이어져 지치기 쉬운데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생활의 활력소'라는 개인적인 의미 말고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다.
"저희가 처음에 어렵게 시작해서 그런지 뚜렷한 목표를 정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기 발표회와 불우이웃돕기 공연은 해마다 꼭 하기로 결정했죠. 불우이웃돕기 공연은 끝나고 나서 느낀 게 많아요."
'봉고봉고'는 지난해 '호프데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 150만원을 결손 가정에 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함께 즐겁게 보낸 행사였는데 누군가에게 도움까지 준 것이다.
"사실 처음엔 '그냥 전달하고 오자'면서 별 생각 없이 갔는데, 받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하셔서 마음이 뿌듯했죠. 가슴에 무언가 안고 온 듯 한 느낌이 들었어요. 끝나고 팀원들과 같이 밥을 먹는데, 다들 그러더라구요. '이 일은 평생하자'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뿌듯한 느낌을 받는 것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 이제 창단 6년을 맞이한 '봉고봉고'가 다른 직장인밴드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기아자동차 사내밴드 봉고봉고 송동훈(29) 보컬 조립 2부 / 김진원(29) 보컬 조립 2부 / 서창우(26) 드럼 조립 2부 / 조치형(39) 베이스 엔진 트럭 / 이승일(29) 건반 품질관리 1부 / 김용수(29) 기타 보전부 / 윤기영(26) 기타 조립 2부 / 김용상(42) 퍼커션 품질관리 3부 / 박주기(39) 시스템 품질관리 3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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