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화에 나서라
'광주', 대화에 나서라
  • 안형수 기자
  • 승인 2006.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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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눈]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사흘만에 끝났다.
삼성측의 전향적인 태도가 분쟁해결의 열쇠가 된 것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다. 하지만 노동자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라고 불리운다. 노동의 내용과 시간을 통제받기 때문에 기업과 기업간 계약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 제도적으로 해결되어야할 원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어쨌든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던 삼성측이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은 고무적이다. 하청업체 노사 문제라며 개입할 수 없다던 태도를 바꾼 것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에서 원청업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초다.

비정규직 문제는 원청이 나서야

전남대병원 사태나 현대하이스코 사태에도 갈등 해결의 열쇠는 단순히 하청업체간 노사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대화를 통한 교섭이었고 교섭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고 지키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지만 언론과 여론은 대화보다 폭력을 앞세운다고 매도하기 바빴다. 올바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화물연대 사태의 경우 우리 지역이 보여준 모습은 차마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과거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투사적 이미지를 '강성이미지'라는 표현으로 부끄러운 과거로 치부하기 바빴다.

대화와 교섭을 통해 중재하기보다 너도나도 '시끄럽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외지 사람들이 광주에 와서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80년 5월 신군부에 장악된 언론 보도 헤드라인에 등장했던 말이 26년 뒤 광주시청사 기자실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시장, 경찰청장, 노동청장 등 기관단체장 6명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발표됐다. 지역 언론들의 주장도 똑같았다.

시위 현장에서는 막무가내로 '우리동네에 왜 왔니' 만 반복됐다. 이들은 자녀들의 외박을 미끼로 경찰에 의해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대간 아들의 외박을 위해 시위 현장에 나서는 '모정'. 하지만 이 단체의 간부는 대부분 관변단체 대표자들이었다. 이날 시위 참석하지 않은 타 지역의 간부는 경찰이 자신들을 동원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전의경 부모들의 '원조'모임은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광주사회, 갈등 조정능력은 후진적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전의경 부모모임'에서는 자신들의 이름이 도용돼 명예가 훼손됐다며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자신들은 관변단체가 아니라 순수한 자발적 모임인데 엉뚱하게 화물연대 시위 현장에 나타난 그 '모임'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남의 동네' 사람들은 나가라하고 남아있는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는 지역경제 발목잡지 말란다. 그게 전부였다. 아무도 갈등 해결에는 관심이 없었다.

입만 열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노사화합의 기틀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 입 다물라'고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도 사실상 방치했다.

광주는 문화, 민주, 인권, 평화라는 세상에서 가치있는 언어들은 모두 수식어로 갖고 있는 진보적인 도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20세기에 횡행했던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게 광주의 본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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