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웃게 하소서
주여 웃게 하소서
  • 안형수 기자
  • 승인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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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목포 구 가톨릭병원 부지에 들어설 '성미카엘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체들은 저마다 명분을 갖고 있다. 광주일보는 모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윤리기업으로서 대외적인 명분을 쌓고 천주교는 100년 전통의 성지를 지켜내고 이를 성역화했다는 교계의 명분을 지켰다. 목포시는 여기에 그야말로 흉물일지 명물일지는 모르나 25층 높이의 '랜드마크'를 이용해 관광수요를 늘리고 구도심 활성화라는 선거공약을 어쨌든 이행한 셈이 됐다.

언론, 종교계, 자치단체 모두 저마다 명분은 세웠지만 구 가톨릭병원 폐업 이후 지역사회의 여건을 생각해본다면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기업가가 사재를 출연한 것은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명분과 달리 과연 그것이 주장하는 바대로 '사회적 책임'인지 아니면 '종교적 책임'인지는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여론에 민감한 언론사 사주라면 적어도 공공의료시설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더라면 빛이 났을 테지만 엉뚱한 '성당' 신축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천주교 또한 폐업 명분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부지매각을 추진하다가 기부자가 나타났다며 덜컥 성당을 짓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거액헌금자'의 이름을 밝히는 모양새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다. 헌금이란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사회적 환원이다. 성전신축과 시설확장에 대형건물에 집착하는 대한민국 교회에 대한 예의 비판이 있다.

경영이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노조의 반발을 명분삼아 폐업까지 이르렀던 지난날의 가톨릭병원을 생각하면 과연 '재개원'보다 '성당 신축' 이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아스럽다.

더군다나 전망대와 25층 높이의 구조물을 갖춘 세계 유일의 복합관광레저성당에 들러리선 목포시의 처사도 그렇다. S프로젝트에서 목포권역은 실버, 영상산업 중심도시이다.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확정되지 않은 계획이 있지만 '성지'와 이것이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장차 목포시의 '랜드마크'기능이자 혈세가 투입되는 데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나 주민설명회, 연구용역도 없이 공사에 들어간다니 어이없다. 목포 시민들은 지어준대로 감사할지는 모르나 병원 인수과정서 계약금을 날린 인수자 가족,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노조원들, 공공의료시설을 기다려왔던 소외계층들과 목포 구도심 지역민들.

이들에게 거대한 성전은 어떤 랜드마크로 새겨질까. 주여 웃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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