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자산인 쿠르드어 보존 필요"
"인류 문화자산인 쿠르드어 보존 필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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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의 바그다드]터키의 한 활동가가 보낸 편지
사람의 영혼을 고난을 통해서 정화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 많은 나라를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을 겪고있거나 전쟁의 참화에서 막 벗어난 나라 혹은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있는 나라의 사람들, 다른말로 표현하면 고난을 받고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들과 함께 하면서 저의 영혼도 정화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간혹 받습니다.
구호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물론 그들의 박애정신도 있겠지만,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서설이 길어졌습니다.

처음엔 단지 이라크 국경이 다시 열리길 기다리면서 터키의 이라크 국경지역에 머물기로 결정을 했었고, 여기 머무는 동안 하는 일 없이 시간낭비하기 싫어서 손을 대기 시작한 쿠르드족 문제에 점점 깊숙히 빠져들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연극을 하는 한 쿠르드족 대학 졸업반 여학생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이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터키어 선생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커다란 눈망울에 서글픔을 가득 담고서, "저는 쿠르드족인데 터키어 선생이 되어야만 해요."라고 말하더군요.

아직도 그 학생의 그 눈빛이 잊혀지질 안습니다.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터키족의 쿠르드족 민족문화 말살정책은 일제의 한민족 문화 말살정책보다 훨씬 더 집요하고 끈질깁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쿠르드어 말살 정책이 있습니다.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을 시도한 후 유럽연합의 압력으로 몇년 전부터 쿠르드어의 사용은 허용이 되었습니다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장소에서 쿠르드어를 사용하면 체포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터키 의회의 한 의원이 의회에서 발언을 마친 후 쿠르드어로 한마디를 덧붙였다가 터키 군에 의해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해외 추방을 당한 일도 있었습니다.(터키는 아직도 군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회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터키 인구의 30% 이상이 쿠르드족으로 추정되고 쿠르드족은 터키에서 가장 커다란 소수민족입니다. 사실 터키족이 이땅에 이주하기 전부터 이지역에 살아왔던 쿠르드족은 소수민족이라기 보다는 이 땅의 주인이라고 해야만 합니다. 단지 자신들의 정부를 만들지 못했을 뿐....

최근 유럽연합의 압력으로 쿠르드어의 사용이 허용되기는 했지만, 쿠르드어 말살 정책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욱 교묘해지고 지능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쿠르드어 사용과 교육을 막기위한 수많은 보이지 않는 제도적 장벽들이 존재하고, 쿠르드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포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일 전에 터키 서부지역의 한 도시에서는, 일군의 아랍계 터키인 학생들이 자기네들끼리 아랍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를 옆에서 듣던 터키족 학생들이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쿠르드어로 오인하여 집단 폭행을 당한일이 신문에 나기도 하였습니다.

쿠르드어는 알려져있듯이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갈라져나온 언어입니다. 그리고 고대 페르시아어는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중 하나인 산스크리트어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산스크리트어는 그 발생지인 인도에서조차 종교적인 몇몇 목적을 제외하고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언어이고 현대의 이란어는 많은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고대 페르시아어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반면 오랜 탄압으로 인해 체계적인 발달의 기회를 놓쳐버린 쿠르드어는 고대 산스크리트어의 흔적을 아직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언어로 남게되었습니다.

쿠르드어는 인류의 언어발달 과정을 밝혀나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입니다.

비록 사용이 허가는 되었지만, 터키에서 쿠르드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대단히 비천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인 의식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쿠르드족 사람들조차 쿠르드어 사용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자녀들에게 쿠르드어를 더이상 가르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 계속 나간다면 아마도 다음 세대에서는 쿠르드어는 잊혀진 언어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아니지만, 쿠르드어는 그 자체로서도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 때문에 특별한 매력을 갖고있습니다. 그리고 이지역 사람들에게 쿠르드어가 결코 비천한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서 이들이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쿠르드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언어가 얼마나 훌륭한 언어인가를 일깨워주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이 그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라는 것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쿠르드어는 터키어보다 훨씬 더 풍부한 표현력을 갖고있는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쿠르드족 문제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함께 전체 중동 지역을 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중동 평화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찌보면 팔레스타인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갖고있는 문제가 쿠르드족 문제입니다만, 국제사회에서는 쿠르드족 문제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무관심이 지속되는 사이 터키,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수많은 쿠르드족이 죽어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의 예에서 보듯이 이런 이들의 상황은 미국과 손잡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들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다행히 쿠르드족의 주류인 터키의 쿠르드족은 아직 미국과 손을 잡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네오콘 그룹과 이스라엘의 회유는 아직도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터키의 쿠르드족 중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의 예를 보면서 이들의 회유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최근들어 일부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쿠르드족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이들 나라 중 자국 내에서도 극 소수인 일부 좌파계열 단체나 언론을 제외하고는 진정으로 쿠르드족의 인권에 관심을 가진 나라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쿠르드족 문제는 단지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테이블에서 사용할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쿠르드족은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 이외에도 손을 내밀어 연대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분들께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미국 식민정부의 미국을 통한 쿠르드족과의 연대가 아닌 핍박을 받고있는 쿠르드족 민중과 이제 핍박에서 막 벗어났고 일부에서는 아직도 핍박을 받고있는 한국의 민중간 진정한 연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중동의 평화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세계의 일부일수 밖에 없는 한반도의 평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터키의 쿠르디스탄에서

아쉬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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