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만든 농사 빚내서 복구할 판"
"빚내서 만든 농사 빚내서 복구할 판"
  • 안형수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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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의 문제점들
   
▲ 폭설로 무너진 나주 금천 배 시설원예하우스 단지 ⓒ전남도제공
피해 농민들 입장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피해가 느는 것을 막기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피해를 줄이고 원상 복구하는데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급한 불을 끄는 역할에 지나지 않다.

오죽하면 현행 법대신 시행을 앞둔 법을 앞당겨 적용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어찌됐건 현행 법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으로 복구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농촌지역 피해 집중=이번 폭설피해는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농업관련 시설물과 원예, 특용작물을 비롯 농작물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피해지역 대부분이 농촌인 탓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복구가 제대로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설하우스의 경우 영세한 농민들이 지어놓은 비규격 시설물이나 무허가 시설물들일 경우 복구비 지원은 불투명한 상태다.

더 큰 장애는 복구를 희망하는 농민에 한해 정부가 25%, 지자체가 15%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융자를 받아야 하는데 상환자격이 미달한 피해농민들의 경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가 고시한 표준규격 시설물일지라도 피해 농민들의 상환능력을 의심해 업자들이 쉽사리 시설물 복구에 나서기를 꺼려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용불량자나 농협 대출이 연체된 자, 또는 보증에 대한 부담은 물론 재해보험 미가입자 등 복구 지원의 대상에서 제외된 농민들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복구 지원제도의 문제점=보통 농민이 대출을 받고자 할 때 보증을 서는 농림수산업 신용보증보험의 보증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축 피해의 경우 농협 가축공제가 있으나 풍수해재난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 폭설피해에 대한 보상대책은 없다. 또 공제에 가입할 경우에도 국가가 보험가입을 유도하고 보장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농협이 이를 실시하고 있어 재정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부터 국가재보험제도가 도입된 농작물재해보험 역시 민간 보험사들이 결합해 재정적인 안정성을 갖췄으나 보상 대상 품목은 농작물 재해보험법상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등 단 6개 품목 뿐이고 폭설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책도 없는 실정이다.
이번 폭설 피해로 딸기, 무우 등 하우스 시설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보상 자체를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한 상태다.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대파대(종자비용)가 지원되더라도 출하시점을 놓친 작물을 다시 재배한다는 것은 추가비용부담이 들 수 밖에 없어 소득보전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난대책제도 정비 시급 =정부 당국의 피해산출 방식과 기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주 요지는 여름철 장마나 가뭄대책 위주로 구성돼 있어 한파나 폭설 등으로 인한 겨울철 피해에 대한 고려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피해산출에 있어서도 시설하우스의 경우 시설물 피해는 반영되도 시설물내 작물피해는 정확한 피해산정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피해액은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집계한 액수의 서너배는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에 민감한 농작물의 특성상 시설물 붕괴로 인한 냉해, 한해 등 2차 피해와 농작물 시설물들 대부분이 고가의 설비비용이 투자되는 탓에 농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행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농민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박원균 한농연 전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이번처럼 폭설피해에 대해 정부의 재난관련 법규나 농업관련 보험이 무방비 상태로 지속되는 한 농민들은 빚내 농사지은 데 빚을 더한 격이 될 것”이라면서 “재해에 대한 세분화된 대책과 복구책을 마련하고 농작물 피해에 대한 실효성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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