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담배
아버지와 담배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6.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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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세상]
   
▲ ⓒ이정우
새해 벽두, 가장 많은 ‘결심’ 중 하나가 ‘금연’일 것이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데다 가격까지 주기적으로 인상되고 있어 담배는 ‘공공의 적’으로까지 취급받고 있다. 까닭에 애연가들은 매우 후미진 곳에서 도둑처럼 담배를 피우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가 직장인이라면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사진은 어느 건물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에 놓인 재떨이와 꽁초다. ‘공공의 적’으로서 담배와 그 주인의 초라한 위치를 증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사는 직장인의 애환도 깃들어 있는 듯이 보인다. ‘심야영업’, ‘신속배달’이 쓰인 재떨이는 이 곳 건물이 다방의 영업대상이라는 점 또한 짐작케 한다.

남성 중심의 개발주의 시대에 재떨이는 안방의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했다. ‘아버지’의 자리가 곧 재떨이의 안식처였던 것이다. 그때는,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버지에게 다소곳이 재떨이를 ‘대령’하는 것이 자식으로서의 도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공의적’이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이제 아버지는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금연을 강요받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건강을 해치는 것이 어디 담배뿐일까. 곤두박질 친 담배의 처지가, 실상은 예전 같지 않은 아버지의 지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때는 1590년 임진왜란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에 의해 담배가 소개됐다는 것. 이후 1602년경 광해군 초에 담배씨를 일본에서 도입, 재배하기 시작함으로써 담배가 민간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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