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풍수적 관점에서의 환경(3)
청산도, 풍수적 관점에서의 환경(3)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9.10 0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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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배의 청산도 이야기]완도군 청산도 화랑포 해안도로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지난 8월 16일 본지 [시민의 소리]에 현장르포 '서편제가 앓고 있다'는 제목으로 청산도 난개발 문제를 지적했던 자유기고가 전청배씨가 다시 풍수적 관점으로 화랑포 현장을 재해석한 글을 보내왔다. 인간의 탐욕 앞에 제 모습을 잃어버린 화랑포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필자의 글을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무차별적인 자연의 변조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 [풍수는 생태와 환경에 대한 현대적 지혜를 제공할 바탕이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풍수가 오늘의 우리에게 보내는 가르침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라. 자연의 길을 방해하지 말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풍수적으로 보자면 자연을 변화시키는 일은 모든 주의를 기울여 계획하고 실행되어야만 한다. 무차별적인 자연의 변조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최창조 ‘한국의 자생풍수Ⅰ’ 376-377쪽)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미 화랑포의 거북 등껍질이 깊은 상처로 곪아버렸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법이다. 훼손하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시키기는 어렵다. 어렵다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전통풍수에서는 이렇게 훼손되거나 병이 든 산천을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이름하여 풍수비보(風水裨補)이다. 비보는 허결한 곳을 채움하는 보완책이다. 바람이 드센 곳에는 담을 높게 쌓아올리거나 방풍림을 조성하여 바람막이를 하였고 흉살의 터에는 살막이를 했다. 화랑포의 해안절경을 따라 훼손이 덜한 산책길을 만들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관광객과 낚시꾼이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거북머리에서 일몰을 바라보거나 바람 찬 날, 벼랑에 부서지는 파도꽃을 구경하는 광경을 그려본다. 탁상행정식 복원은 거북이를 두 번 죽일 수 있다 화랑포 거북이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주민과 관계기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이해 당사자격인 당리마을 주민만이 아니라 청산도의 전 주민과 출향민, 그리고 청산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식 복원이나 보완책은 자칫 거북이를 두 번 죽일 수도 있다. 기왕 버렸으니 따따부따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청산도에 살고 있는 주민이나 청산도가 탯자리인 모든 분들에게 묻고 싶다. 다소 속설(俗說) 같지만 화랑포의 거북형국은 엄연하게 눈앞에 존재하는 것이고 오늘도 내일도 바다를 지켜보며 자신이 낳은 알덩어리의 부화를 꿈꾸고 있지 않는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청산도 화랑포의 일주도로 공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허가로 완도군이 발주한 공사이다. 공사를 허가해놓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문제파악이라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공단의 처사에 분통이 터진다. 국립공원지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이 개별적으로 요구하는 생계와 직결되는 민원은 별별 구실과 트집으로 막아 내면서 관에서 시행하는 공사는 어물쩍하게 눈 감아 주는 끼리끼리 의식으로 어떻게 국립공원을 관리하겠다는 것인가. 아니 공사를 발주해놓고 현장감독이 부재한 상황에서 감독다운 감독을 하지 않아 문제가 터지자 주민 숙원사업 운운하며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완도군의 행태가 더 밉고 볼쌍 사납다. ▲ 바다 쪽에서 바라본 화랑포 훼손 현장. /시민의 소리
국립공원관리공단의 2005년 비젼은 속임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자체 개발하여 2005년 7월 1일 선포한 비젼은 [자연보전과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국가최고의 공원관리 전문기관]이다. [자연보전, 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가장 큰 사명으로서 ‘자연’이라 함은 자연생태계와 자연, 문화경관 등 국립공원 내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모든 자원을 의미하며, ‘보전(conservation)’이란 자연의 현재 상태와 가치가 손상되지 않고 미래세대까지 지속되도록 온전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영화 [서편제]의 임권택 감독을 모셔놓고 ‘국립공원 명예대사’로 위촉하면서 이러한 자체 비젼을 만들어 발표한 공단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서편제의 촬영지인 청산도 화랑포의 공사현장이 자연보전 항목의 어느 글귀에 해당되는가를? 행여 공단이 발표한 2005년 비젼이 전시행정의 문자놀음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눈 가리고 야옹, 개 발바닥에 편자다.

얼마 전 공단의 상임감사직에 우리 지역 출신의 원로 언론인이 임명되었다고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민주언론 수호를 위해 붓을 꺾지 않고 불의와 싸운 이력과 함께 공단의 무소신, 무책임을 질타하여 비젼대로의 개혁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제, 부임 초기의 업무파악이 끝났다면 적어도 국립공원 난개발의 표본인 청산도 화랑포 일주도로현장을 철저하게 감사하여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난개발의 실태에 철퇴를 내리는 환경포청천의 예지도 보여주어야 한다.

‘2005 건강의 섬, 완도군 방문의 해’라는 표어가 부끄럽다

완도군은 2005년을 건강의 섬, 완도군 방문의 해로 정하고 해상왕 장보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과 청산도에서 촬영한 영화 [서편제]를 내세워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고 한다. 민선 군수가 내세우는 제1의 치적이다. 그러나 열 가지 칭찬을 듣다가도 한 가지 잘못으로 망신살이 뻗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화랑포의 일주도로가 주민 숙원사업이고 관광자원 개발사업이라 공사가 불가피했다면 최소한 공사현장의 관리, 감독이라도 철저하게 해야 했다. 담당직원 1명이 수십 곳의 현장을 감독하느라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변명치고는 어쩐지 궁색하다. 부실공사나 불법공사를 막기 위한 담당공무원 책임제의 시행이 엊그제 일이 아닌가.

도서개발촉진법은 도서파괴촉진법

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서지방을 위하여 도서개발촉진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의 말을 빌면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예산확보를 위해 주야불철 노력하는 자신들의 노고도 생각해 주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국민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후손에게 물려 줄 자연경관을 무자비하게 까뭉개는 식의 도서개발이라면 차라리 자리보전을 위해서라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 글을 마치면서 ‘청산도’라는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산도가 고향인 듯한 조명기 님의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청산도’라는 시의 한 구절을 옮겨 적는다.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나는 없다 / 나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나는 지금 / 그대들이 마구 생채기를 낸 내 몸의 일부
부서진 절벽의 바위들과 나무등걸과 토석더미 속에서
깊은 회한과 함께 무너진 가슴으로 서럽게 울고 있나니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끝.

글쓴이 전청배
자유기고가. 1959년 신안군 하의도 生.
조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관으로 활동.
현재는 광주에서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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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주민 2005-09-18 07:35:06
    청산도는 관광개발을 위해 최소한의 환경훼손은 인정한다
    공사중의 낙석제거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화랑포해안도로는 청산도의 명물로 등장할것으로
    마을주민들도 어제 현장을 걸어서 다녀보니 우리동네도 멋있구나 했다
    공사중에 더러운 모습은 제거되고 아름답게 변모해 나가고 있었다
    노인들만 사는 어촌에 관광도로를 건설 해주신 정부에 감사드립니다
    청산도 아름답게 단장하여 관광객을 환영합니다.

    현장에 오면 감탄사가 날 깁니다. 화랑포 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청산출신 2005-09-18 07:26:08
    중추절을 맞이하여 인사드립니다.
    청산도의 바다처럼 넓게 보름달처럼 웃으며 살아갑니다.

    님의 활동은 학교시절 운동권에서 익히 들었습니다.

    님의 사촌형이 청산에 살고 피해를 입었다니 마음이 불편했겠지요.

    그러나 님께서 청산도를 보도한 후 다들 마음의 상처로 남을 뻔 하다가
    1종공동어장(전복양식장)의 불법임대사실이 당사자인 본인의 이야기로 전국의 언론과 인터넷에 유포되었습니다

    결과는 모두의 피해로 돌아왔습니다.
    사업면허 취소 위기에 봉착했다가 추석전에 다소 해결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지만
    님께서는 대승적차원에서 글을 기고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청산도의 훼손된 이미지는 누가 보상합니까
    이정도에서 그만두시고 신안의 섬사랑에 대한 글을 부탁합니다

    님을 아는 청산도 출신이

    전명식의 아들올림 2005-09-18 01:51:28
    작은아빠! 전민성이예요. 네이버 시민에소리 광장에 참여 했는데요.
    작은아빠 전청배 존함이 네이버 시민에소리에 연재되어서 작은아빠란것을 알고
    이렇게글을 올렸습니다 작은아빠! 화이팅^^
    to전민성

    2005-09-16 07:08:27
    글 하나로 국정감사를 이끌어내는 적치적 감각은 역시!

    이 글을 실은 시민의소리도...

    암튼 파이팅, 근데, 글이 넘 '공자님 말씀' 같아.

    말걸리자리 이야기투가...

    소리지기 2005-09-12 14:46:19
    청산도 난개발 문제를 전통지리학인 풍수의 관점에서 논한 이 글을 처음부터 쭉 읽어오면서, 우리가 그동안 무심하게 넘어갔거나 애써 외면했던 우리의 삶터에 대해 다시 차분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침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 관련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집중 거론하겠다는 기사를 읽고 만시지탄이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관리공단측에서는 이를 의식해 잠정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고 하니, 이제야 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공사 중단과 조사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민의 소리와 필자께 감사한 마음이다. 차분한 어조의 진단과 처방, 발로 뛴 논거와 현장 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토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어떤 개발도 함부로 진행되지 않도록 조치되었으면 한다. 청산도 문제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최대한 원상복구하고, 다른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