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후손인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우리는 지난 날, 피를 토하며 싸웠다. 오직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이 시점, 피 대신 촛불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그대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갖는다. - 2004년 4월 본지 기고문
中에서
김 교장은 부임하는 학교마다 어김없이 화젯거리를 뿌리고
다녔다.
일부에서는 '기행'이라는 평가가 어김없이 따라붙었지만 학생들이 볼 때는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 철학'일 뿐이었다. 학교의 예산을 만원 단위 하나까지 전부 공개를 하고, 교복구매나 앨범, 수학여행, 급식업체까지 공개입찰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가 하면, 돈 걷어 학교 비품 사 나르는 것이 주 임무이던 기존 학부모회를 자녀 교육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기구로 탈바꿈시킨 것도 옹고집 같은 그의 교육 철학에서 기인한다.
이 뿐 아니라 교사들의 결재 장부를 간소화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두발 규제, 방과 후 수업과 같은 교육 현안은 자율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하게 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해주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교육자가 해야 할 소명이라고 믿는다.
김 교장이 월곡중학교에 교감으로 재직 할 때,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 효순 두 여중생 사건에 대해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이 촛불 시위에 참가하고 소파(SOFA) 개정 운동에 나섰던 일화는 교육계에서는 유명한 얘기다.
지난 1일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그는 더 큰 욕심을 꿈꾼다. 늦은 부임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조바심을 친다. 김 교장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학교'를 약속하는 대신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체험학습을 계획 중이다.
학교 뒤뜰에서 야영하기, 친구 집에 가서 하룻밤 자기와 같은 프로그램은 사교성과 이해심이 부족한 요즘아이들에게 친구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알게 해줄 것이다. 4.19 추모 행사나 5.18 기념 걷기 대회, 6.25 기아체험 같은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에게 나라와 전(前)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정년까지는 4년 반. 그는 이른바 '탄핵 필화 사건'이후 나머지 삶을 '덤'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 교장은 "덤으로 얻은 나머지 기간 동안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그저 눈치 보는 일 없이 소신대로 할
것"이라며 담담한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