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노장의 산업일꾼
100년 노장의 산업일꾼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08.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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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탄광의 어제와 오늘
지난 18일, 전남 화순군 동면 복암리 화순광업소 갱도 안에서 화재가 발생, 배수관 교체 작업을 하던 인부 6명이 4시간 동안 고립됐다 무사히 구조된 사건이 발생했다.사고의 내용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관심은 컸다. 언론보도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아직도 광업소가 운영되고 있느냐"는 것. 사고보다는 화순광업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까닭은 온 국민의 '에너지'로서 한 시대를 함께 보냈기 때문일 터이다. 물을 끓이고, 밥을 짓고, 방을 데우는 연탄. 가스의 위험과 쓰레기 처지의 고역 등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연탄의 추억' 한두가지 쯤 갖고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그래서 [시민의소리]는 화순광업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을 취재하기로 했다.화순광업소는 그 규모만 줄었을 뿐 여전히 왕성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상당량의 '비축석탄'을 풀어야 할 정도로 수요물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왜일까. ▲ 화순탄광은 메탄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을종 탄광으로 전국에서 생산비가 가장 적게 든다.

화순광업소의 나이는 정확히 100살이다. 1905년 박현경이라는 인물에 의해 최초로 광구로 등록되면서 채탄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석탄의 주요 쓰임은 연탄으로 대표되는 민간용이 아닌, 기관차, 방적공장 등에 공급되는 산업용이었다. 1934년 일본미쓰이기업 계열사인 종연방직이 본격적으로 화순탄광 개발에 착수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05년 현재 전국의 탄광 개수는 총 8개. 대한석탄공사가 화순광업소를 포함, 3개를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5개는 민영이다. 석탄산업이 가장 활기를 띠었던 1980년대에는 광업소가 전국적으로 340여개까지 확대됐었다. 화순광업소의 연간 가채량(채탄가능한 양)은 2천1백만톤으로 석탄공사 전체량의 24%에 해당한다.

생산된 석탄은 발전소, 철강 등 산업부문과 비닐하우스, 가정난방 등 민간부문에서 소비된다. 산업용과 민간용 소비 비율은 77:23 정도. 화순광업소의 경우 2003~2004년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는데 타지역 광업소의 폐광에 따라 화순의 비축탄을 푼 결과다.

탄광... 80년대 340여개, 현재는 8개

화순광업소는 전국에서 거의 유일한, 메탄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을종탄광에 속한다. 태백, 삼척, 사북 등은 메탄가스가 발생하는 갑종탄광인 것이다.

갑과 을의 차이는 크다. 메탄가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갑종탄광은 장비 및 갱도 구성에 있어 조그마한 불꽃(스파크)도 튈 수 없게끔 조치해야 한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다. 을종탄광은 장비 갖춤 및 갱도의 구성이 훨씬 유연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채탄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화순광업소의 석탄은 또한 연탄제조업자들의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을 가루로 만들어 틀에 넣고 벽돌을 찍듯이 연탄을 만들어 내는 데 화순광업소의 재료가 접착력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다. 유황성분이 낮아 유독가스 발생량 또한 다른 지역 석탄에 비해 적은 것으로 연구됐다.

30년 근무경력의 화순광업소 유시근 지질과장은 “화순의 지질이 다른 곳보다 더 오래돼 탄화가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된 결과”라고 설명하고 “대한민국에 이만한 탄광이 없다”는 말로 화순광업소를 추켜세웠다.

▲ 비정규직과 사무직 포함 약 700명의 노동자들이 화순탄광에서 일한다. 화순 석탄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품질 석탄공사 통계에 따르면, 2004년 현재 화순광업소의 근무인원은 사무직 포함 정규직만 466명. 정규직의 50% 정도에 해당하는 228명이 외주용역을 통해 일하고 있다. 활황이었던 1991년에는 정규직만 1천362명이 근무했다. 작업은 오전 8시~오후4시~오후12시의 2교대 방식. 당초 3교대근무에서 구제금융(IMF) 사태 직후인 1998년 11월부터 2교대로 바뀌었다. 2002년 이후 사망재해건수는 전혀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1995년과 1999년을 제외하면 적게는 1명, 많게는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90년 이후 재해사망자는 연평균 3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순광업소의 2004년 생산실적은 27만5천톤. 1989년 70만5천50톤이 개광이래 최대 생산량으로 기록되어 있다. 사무직까지 포함한 전광업소직원능률이 80년대에 1인당 1톤 미만이었다면, 현재는 1인당2톤 이상이라는 것이 광업소측의 설명이다. 생산된 석탄은 산업전용철도인 복암역을 통해 하루 약 20량 정도의 물량이 외지로 운송된다. ▲복암역. 얼핏 폐역처럼 보이지만, 화순광업소에서 생산된 석탄을 1일 2회, 총 20량 분량을 화순역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IMF 이후 근무인원 급감, 생산성은 두배

화순광업소는 전남 화순군 동면에서 약 2.5km 정도 동쪽 방면, 15번 국도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호남탄전 중심부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천운산(608m) 북쪽 산자락이다.

연탄은 한국에만 있다? 석탄은 전세계적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연탄을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까닭은 두 가지. 우선은 재료특성 때문이다.석탄은 유연탄과 무연탄으로 나뉜다. 유연탄은 무연탄에 비해 화력은 더 좋지만 탄화가 덜되 단단하지 않고 잘 부스러진다. 반면 무연탄은, 화력은 더 낮지만 단단하게 접착력이 좋다. 유연탄으로는 29개 구멍이 뚫린 연탄을 만들 수 없다. 연탄의 원재료로는 무연탄이 쓰인다.한국에서 나오는 석탄은 모두 무연탄이다.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외국에서 나는 석탄은 모두 유연탄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유연탄은 100% 수입해 공업용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문화적인 이유도 있다. 온돌을 사용하는 한국의 가옥구조에서는 작은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불에너지의 필요가 절실했다. 이 같은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재료로서 석탄을 적극 활용했다는 해석이다. 화순광업소를 코 앞 고개의 이름은 ‘검은땅’이라는 뜻의 흑토재. 탄맥을 지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천혜의 채탄장이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광업소 정수근 기획부장은 "한국의 유일한 에너지자원인 만큼 경제논리로만 접근해 광업소를 문닫게 해서는 안된다”며 지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사진=모철홍 ▲ 복암역으로 가는 길. 사람의 흔적이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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