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로라면 상당히 잘못된 것 같다.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본지 인터넷판에 게재된 전청배 자유기고가의 청산도 도로공사 현장르포 기사를 접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완도군사무소(이하 국립공원) 관계자의 말이다.
문제 심각성 전혀 깨닫지 못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확인해본 결과 국립공원측은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찰을 할 때 도로입구에나 가서 보기 때문에 잘 확인이 안된다”는 것이 국립공원 관계자의 말. 전청배 자유기고가가 보내준 사진들은 모두가 바다에서 찍은 것들이었다.
관계자는 또 “토목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석들은 판매가치가 있기 때문에 방치되지 않고 대부분 빠져 나간다”면서 사진이 보여준 사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수개월 간에 걸쳐 발파가 진행됐을 터인데 면밀한 현장 실태조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국립공원 측의 업무태도가 더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곳이 국립공원인데 한 무더기의 돌과 땅과 풀과 나무가 굉음과 함께 수십차례 바다로 곤두박질 쳤을 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어디서 무엇을 ‘관리’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완도군,
"심각한 수준 아니다"
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완도군 해양수산과 어촌종합개발사업계 담당직원은 “어쩔 수 없었고,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파른 해안절벽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일부 바다로 흘러든 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는 것이 담당직원의 설명이었다.
현장 확인을 제대로 못해봤다면서도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담당직원의 능력이 놀라웠다. 바다로 흘러든 흙, 돌, 나무의 양을 가늠하기 위해 바다 속으로 뛰어든 이들은 현지 주민들이었다.
국립공원과
완도군이라는 공식적인 지휘감독체계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생업만으로도 하루 해가 부족한 주민들이 촬영장비를 들고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왼쪽은 바닷가. 공사 현장 소장이 보내온 사진. 현장소장은 "공사를 위한 토목 장비가 자리를 잡는 초기과정에서 부산물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면서 "고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 ||
주민들이 직접 사진 찍고 수중 촬영
‘청산 당락 해안도로 개설공사’를 직접 진행한 A건설 이모 소장은 “해안쪽과 내륙쪽 모두 절벽인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최대한 노력했으나 어쩔 수 없었고, 의도적으로 부산물들을 바다로 밀어 넣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 자체는 인정하되 고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사 조건의 난이도가 커
"이해할 줄 알았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었다.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완도군보다 오히려 전향적인 입장이었다. 이모 소장은 공사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는 '공사이전' 사진을
보내줬다.(바로 위 사진
)
주민들이 준비한 사진과 수중촬영 자료를 토대로 16일에 이어 17일 국립공원, 완도군, 시공사, 주민 등 관계자들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협의 결과는 지자체의 난개발과 대한민국 국립공원 관리실태의 ‘시간’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에 대한 고백성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7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형 ‘협의결과’를 기대한다면,
지나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