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쉼’, 함양에서의 2년
참다운 ‘쉼’, 함양에서의 2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8.01 0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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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양희연 전북 진안 문화의 집 요가강사, 요가치료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뜨거운 여름의 한 복판. 시골이라지만 읍 소재지에 살고 있는 지금, 딱 1년 전 그 산골의 내음이 그립다.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 운산리 하신마을. 백운산 자락의 깊은 산골 마을. 개울물이 흐르고 집집마다 황소와 돼지를 키우고 가을이면 땔감거리를 준비하던, 마치 시계바늘을 뒤로 돌려놓은 듯 말로만 듣던 그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지친 영혼을 끌어안듯, 들어갔던 곳. 말없이 가만 나를 품어주었던 곳.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길이 무엇인지, 나는 왜 이렇게 방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러 택했던 함양 행. 설립 초기에 관여했던 녹색대학과의 인연으로 함양을 선택했지만 나는 그곳에 대한 어떤 지식도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단지 사람만이 있었을 뿐. 녹색대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동체가 아닌 기존 부락의 빈집을 얻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나는 내면으로 깊숙이 향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2년 전, 그 장마철. 장대비속에 이사하던 날. 엄마는 하염없이 울었더랬지만, 나는 쉼터를 찾은 마음으로 편안했다. 마당 있는 집, 개울물이 있는 그곳을 여덟 살, 다섯 살 아이들은 참 좋아했고, 사람이 귀한 곳에 들어온 이방객을 어르신들은 반겨주었다.

눈만 들면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산과 나무가 들어오는 곳, 물소리, 풀벌레, 새소리가 가득 에워싸는 곳에 온전히 안겨 두 번의 여름을 보냈다. 태풍의 그 비바람을 온몸 가득 맞고 있던 산수유나무를 보면서, 그 자리에 굳건히 뿌리내리며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평생을 그 산골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을 보며 내가 얼마나 생태를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던가, 질펀한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비워내고 덜어내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보다는 텅 비워내는 마음으로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만큼 지워나가며 가슴이 충만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참된 쉼’ 그 다음의 충전이랄까. 맡겨진 나의 일에 완전히 마음을 싣는다. ‘요가를 통해 세상과 나누라’는 구루의 음성은 너무나 강력해서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삶 속에서 사람은 누구나 길을 잃는다. 되돌아 올 수 없으리만치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이길 저길 헤매고 다니다가 가시덩쿨에 상처입기도, 웅덩이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 길이든, 그 길이 나에게 무엇을 주든, 걷는 그 길에 ‘깨어있음으로 존재’한다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 길을 걷는 일에 주저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 어떤 일도 잘 되기 위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발 딛는 일이 어렵지 않으리라.

나에게 있어서 함양에서의 2년은 깊은 휴식, 진정한 쉼이었다. 그 다음, 나의 삶은 참으로 흥미롭기까지 하다. 마치 온 우주가 나를 이곳에 놓아두기 위해 움직였던 것처럼, 궤도를 찾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쉬는 것을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리라. 물론 쉬고 싶어도 정말로 쉴 수 없는 힘겨운 삶 속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주제넘는 말일지 모르지만, 많은 경우 진정한 쉼의 의미를 몰라서 하는 말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내가 있는 곳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서 크게 바라보고 큰 숨 내쉬어보라. 이 길밖에 없다고, 이것이 전부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다른 모양으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다시 생각하고, 다시 받아들이면 세상은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나눔은 중요하다.

그 깨달음이 또 하나의 아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과 나누고 사랑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 여름, 비록 짧더라도 깊은 휴식을 갖길 바란다. 또다시 채워넣는 휴식이 아니라 비워내고 덜어내는 ‘참 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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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gita 2005-08-11 12:53:26
매체라는 것이 참 크지요.
아주 오랜만에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이렇게 온라인에도 반가운 인사들이 있어서...
흠..
피노키오,
내 곧 연락한번 하리다.
실린 사진이 거의 5년전의 모습인것 같은데
참 쑥스럽기도 하고...
많은 분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 2005-08-08 18:36:47
잘 쉬어서,
재충전 해야겠죠?

피노키오 2005-08-08 18:34:35
반가운 얼굴, 반가운 이름.
희연.
누군지 알겠지?
요가강사라?
대단한 변신인가? 아님, 하던일의 연속인가?
아무튼 좋아보이는군.
요가 이야기 연재하는 건 어떨까?
보고 따라해보게.
모습 자주 보여주시게나~

안타가워서 2005-08-08 11:13:30
'요가치료전공 석사과정 재학 중'

최게바라 2005-08-06 14:5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