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지 않다
‘쿨’하지 않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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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대한민국]기은조 자유기고가

이런, 불쾌한 영화를 보았나. 영화 [연애의 목적]을 보고서, 나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건 무슨, 연애의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라기보다 그저 ‘그 남자’의 연애의 목적이야기였다.

‘뻔뻔함’을 무기로 끝없이 추근대고 찝적대는 유림. 귀엽다느니, 혹은 인간적 연민이 느껴진다느니 하는 유림캐릭터에 대한 평은, 어디까지나 박해일의 연기변신에 대한 찬사. 오케이, 거기까지다. 영화 속 유림은 그저, ‘연애’ 혹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성추행, 성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있는 범죄자일 뿐이다.

나의 불쾌함은, ‘쿨하다’라는 관객들의 평 앞에서, 끔찍함으로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상영되는 내내 성폭력에 대한 무지 혹은 무시, 그리고 남성중심의 시각을 흘려놓는다. 그럼에도 꽤나 많은 이들이 ‘쿨하다’ 혹은 ‘지극히 현실적이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나는 폭력을 폭력으로 느끼지 못하는 그 무감각이 무섭기만 하다.

내가 여성의 입장에 서 있기에 더 불쾌한 건지도 모른다. 성폭행을 고발한 홍에게 “별거 아니고만” 이라 형사는 말하고, 학교에 소문이 퍼지자 온통 비난의 화살이 홍에게 돌려진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기 쉬운, 아니 될 수 밖에 없는 영화 속 현실 속에, 홍의, 그리고 우리의 상처는 되풀이 된다. 그래서 상처내기가 정당화되는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평 하나가 찝찝하기만 하다.

유림같은 남성은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고, 상대방의 의사에는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그런 남성들. 그 속에서 여전히 여성은 자신의 성적 권리에 대해서 당당히 주장하기 어렵고, 연인사이에서는 범죄인줄 도 모른 채 많은 데이트강간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를 본 남성들은, 참 많이 뜨끔했을지도 모른다. 유림에게서 자신을 참 많이 발견했겠으니.

어쨌든, 영화 <연애의 목적>에 대한 옹호지지논란이 뜨겁다. 영화대사처럼 유림과 홍, 그들부터 정신병원을 갔다오라는 주장부터 유림, 홍의 발칙함이 신선하다는 이야기까지. 나는, 이 논쟁이 훨씬 더 생산적으로 흘렀으면 한다. 여성의 입장을 더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우리가 갖고 있는 성, 연애에 대한 ‘쿨함’의 정의도 함께 재고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따끔한 반성 속에, 그저 연애도, 성도, 가볍게 즐기면 된다는, 그런 식의  ‘쿨’함을 ‘쿨’하게 버리는 센스정도도 적당히 갖추면서 말이다. 말랑말랑한 영화를 기대했건만, 되레 무거운 화두만 가지고 왔다. 연애의 목적을 그리 쉽게 알 리가 있겠어? 그 어떤 관계보다 높은, 소통과 치유, 서로를 책임지는 높은 수준의 관계가 바로 ‘연애’인데.

/기은조 자유기고가1beli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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