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요즘 [제5공화국]을 빠짐없이 보고 있다. 이미 [그 때 그 사람들]에서 말했듯이, “뭔가 참신한 접근과 새로운 연출기법을 조금 기대해 보았지만, 흔히 보는 TV드라마 스타일을 그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대충은 알지만 자세하게는 잘 몰랐던 걸 확인해 가는 재미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시절의 역사적 장면에 바짝 긴장되었다.” 더구나 미국의 문서공개와 새로운 증언으로 점점 밝혀지는 그 당시 미국의 역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숨겨진 비화와 터지는 고백들을 여기저기에서 만나게 되면서, 이 드라마는 더욱 긴장을 돋우고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장태완 수경사 사령관이 전두환 세력과 맞짱 뜨며 으르렁거리는 장면은 가슴 터지도록 두근거렸다. 노재현 국방장관은 ‘잔머리 서생원’으로, 전두환은 ‘한국판 히틀러’로 역사에 길이 남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떤 놈들이 열린 주둥이로, [제5공화국]에서 전두환이 멋있단다. 이덕화의 전두환 역할이 눈길을 잡아끄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역적질이 멋져 보이다니! 설마이겠지만, ‘전사모’가 생겼다고 한다. 열이 화끈 받쳐 올랐다. 그러나 열을 내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들어서만 알고 있는 일제시대 육이오 사일구. 오일팔에 비하면, 그 분노와 슬픔은 껍데기이다. 실은 학교에서 배운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모두 껍데기이다. 게다가 사람이라는 게, 내 손톱에 박힌 가시는 맵고 쓰리지만 다른 사람 몽둥이찜질은 흘려 넘기는 법이다. 그 때 그 시절에 ‘광주의 처참한 살육’을 까맣게 모르고 광주를 욕하고 전두환을 편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얼마쯤 알게 된 뒤에도 전두환을 편들지는 못할 것이다.
▲ MBC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전두환 역을 맡은 이덕화 ⓒMBC | ||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그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서, 이렇게 변해버린 세상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들에게 “이 배부른 똥돼지들아!”라고 악다구니를 질러대며 머리통에 가득 찬 똥덩어리를 확 걷어차 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윽박지르고 꾸짖으며 훈계하고 계몽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비장하고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찾아들어가 상징적인 은유로 예술적 승화를 이루어서, 그들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차분하게 다가가야 한다. 더구나 ‘지역감정’에 기생한 독버섯이 아직도 이 땅에 넘쳐 번성하고 있으니, ‘오월광주의 올바른 자리매김’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그 드라마 연출자가 말했다. “전두환을 편든 게 결코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걸 보여줄 것이다. 에둘러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 특히 오월광주를 이야기하게 되면 세상이 떠들썩해질 꺼다. 지켜봐 달라!” 기대된다. 단단히 지켜보겠다. 토요일 일요일 밤 9시 40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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