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그리고 시민"
"전통과 현대, 그리고 시민"
  • 안형수 기자
  • 승인 2005.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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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요약]김홍희 제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2006년 열리는 제6회 광주비엔날레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구성으로 열릴 전망이다.

김홍희 제6회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은 24일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6회 광주비엔날레(2006.9.8-11.11)에 '정신의 역사전'과 '세계도시네트워크전'등 두가지 개념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감독은 제6회 비엔날레의 기본취지에 대해 "광주문화중심도시선포와 문화의전당 건립과 교차되면서 최근 비엔날레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면서 "국제적 수준의 비엔날레 질을유지하면서도 광주시민이나 일반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양면적인 요구에 가능하면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총감독에 따르면 내년 비엔날레는 △수준유지△수준제고△소통 등 3개 주제를 기본방향으로 삼았다. 수평적인 축으로 '정신의 역사전', 수직적인 축으로는 세계도시네트워크전, 양 축을 포용하고 소통하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아래는 김총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제6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구상요약이다.

○ 수평축-정신의 역사전

▲ 김홍희 제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안형수 우선 통시적으로 미술사에서 정신의 흐름을 재조명하는 '정신의 역사전'이 수평적인 축을 구성한다. 김 총감독은 "과거 고전미술사에 등장하는 정선이나 팔대선인의 불화라던지 동북아의 대가들을 모아보는 고전대가전을 위시해서 서양미술에서 흐름을 발견하는 아시아 정신을 추적해보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교사상에 입각한 정신이 어떻게 아방가르드에 드러나는가 존케이지라든가 백남준과 같은 전위작가들의 작업에 흐르고 있는 정신을 추구해보는 섹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서양미술사가 제외시킨 아시아미술에 대한 재조명임과 동시에 서양미술사를 해체하는 작업이라는 설명. ○수직축-세계도시네트워크전 수직축에 속하는 세계도시네트워크전은 현대미술을 수직으로 잘랐을 때 거기 나타나는 단면, 지층과 같은 것들을 통해 각 도시의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다. 김 총감독은 "통시적인 전시가 고전적이고 고답적이라면 이건 공시적.싱크로닉한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세계도시 네트워크전은 미술관을 벗어나는 탈미술관적인 현대미술"이라고 말했다.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될 이 전시에는 도시를 주제로 하되 아시아 도시의 역동성을 가시화하는 전시회로 맥락을 잡고 있다. 1990년대 아시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도시개발과 건설, 인간관계들을 새로운 그물망으로 설정해 아시아에서 세계도시로 뻗어가는 아시아인들이 사는 도시들을 엮는 네트워크전이다. 이 전시는 현대 미술의 특징인 미디어가 중심이 되면서도 첨단미디어가 아닌 출판, 포스터, 도록, 워크숍, 퍼포먼스등 여러 형태들을 통해 표현될 예정이다. ○완충지대- 시민프로그램 ▲ 김홍희 제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안형수
김 총감독은 '세계도시네트워크전'이나 '정신의 역사전'을 모두 광주에서 출발한다는 진원지 네러티브로 설정하고 있다.

즉, 광주가 아시아 정신을 담고 있는 미술문화의 보고라는 것과 광주가 세계도시로 향하는 아시아의 역동성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도시라고 전제한다는 것.

앞서 언급한 두 전시와 경계선에 서있는 것이 제3섹터에 해당하는 시민 프로그램이다.

시민프로그램은 부대행사가 아닌 두 전시행사의 완충지대로서 다양한 참여를 끌어내는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정신의 역사전'과 관계하면서 의재미술관, 소쇄원과 같은 역사적 문화현장이나 동양화나 현대화가 가운데 아시아 정신을 담보하는 것을 원천으로 삼아 이를 전시에 개입시키는 것이 첫번째 구상이다.

두번째는 광주와 전국을 온-오프망으로 연결해 네트워크화 하는 것으로 '세계도시네트워크전'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것이다.

즉 인터넷이나 핸드폰, 위성DMB 등을 통해서 또는 오프상에서 각 도시에 설치된 광주비엔날레 창구 또는 전국각지의 학생이나 단체를 광주와 연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시민프로그램의 또다른 한 축은 시민대상으로 지역단체, 학교 아니면 작가그룹을 통해 이들에게 비엔날레를 홍보하고 미술문화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작 프로그램에 개입시키고 광주시민들에 주체적으로 개입 참여해 집단적인 발상으로 차기 비엔날레는 광주시민들에 의해 치뤄진다는 것을 일깨운다는 내용이다.

김총감독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전시와 맞물려 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말처럼 어렵다는 걸 알고 있고 각 단체의 참여와 공청회를 통해서 적합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즉, 비엔날레의 질적 수준을 대중화시켜 끌어내리거나 관객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보다 간격을 메꾸는 다리역할이다.

○쌈지스페이스의 경험이 광주비엔날레로

제6회 광주비엔날레의 두가지 축중 하나인 '세계도시네트워크전'은 김 총감독이 쌈지스페이스 운영 경험의 노하우가 스며있다.

김총감독은 "도시활용에 있어서 기존의 대안공간이나 미술관, 스튜디오 등 기존의 공간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히 쌈지 스페이스를 통해 구축하는 대안공간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신의 역사전'에 분야별 대가나 중량급작가들이 참여하는반면, 세계도시네트워크전은 현재 진행형으로 작업하는 젊은 작가들의 참여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런 면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김총감독이 쌈지스페이스에서 추구했던 미래지향적인 면과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쌈지스페이스가 운영했던 '레지던트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자연스럽게 작가를 초대하고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의 내용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광주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 '세계도시네트워크전'

'정신의 역사전'은 주로 평년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총감독은 "정신의 역사전이 동서양,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현대적 파트로 오는 것은 조각이나 설치같은 게 아방가르드(전위)가 될 테지만 전체적으로는 클래식(고전적)하고 고답적인 측면이 강조될 것"이라고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시 역시 기존 비엔날레가 추구했던 '설치미술'의 범주를 초월하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시의 한 방편으로 워크숍, 퍼포먼스, 자료, 기록 등을 이용하거나 '세계도시네트워크전'에서 처럼 대상도시에 작가를 미리 보내 각 도시마다 다채로운 작업을 통해 비엔날레가 열릴 즈음 그 결과물을 비엔날레로 가져와서 전시하는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김 총감독은 이를 '국가 파빌리온(방)'이 아닌 '도시파빌리온'형태의 방으로 구분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도시를 '리메이킹(재구성)'한다고 표현했다.

○페미니즘이 녹아든 비엔날레

제 6회 광주비엔날레에는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별도의 주제전이 없다.
이에 대해 김총감독은 "페미니즘이 미술에서 비주류로 떨어져 나와 있는게 아니라 미술의 주요사조에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페미니즘 작가들이 다른 특정주제에서 표출할 수 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총감독이 직접 실천을 통해 페미니즘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총감독은 "여성이기 때문에 다르게 하기 보다 여지껏 남성적 방식에 대한 대안적 방법으로써 친화적이고 융화적인 활동을 통해서 내외적으로 이전하고 다른 큐레이팅 행태가 결국은 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의 강점은 광주이기 때문이다.

▲ 김홍희 제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안형수 김총감독은 광주비엔날레가 태생부터 민주항쟁의 도시로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도시와는 다른 주목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총감독은 "광주가 십년동안 광주비엔날레를 키워 오면서 세계적 인지도를 가질수 있었던 것은 비엔날레 자체의 어떤 진화나 발전보다 광주가 가진 장소적 특성이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면서 "광주비엔날레는 장소적 특성을 계속 살려야지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화될 수 있는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를 정치적 코드로 풀어가는 것보다 미술문화의 코드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이다. 광주비엔날레가 강점으로 꼽히는 또다른 이유로 아시아 비엔날레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김총감독은 "90년대 제3세계 국가중 특히 아시아에서 신생 비엔날레의 등장이 국제적으로 새로운 흐름을 이루고 있다"면서 "이는 아시아 각국이 자국의 미술문화를 알릴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엔날레가 설치미술이고 왜 광주에서 광주미술을 등한시 하느냐는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비엔날레는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예술을 우선 선호하고 생래적으로 탈미술관운동하고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미술관이나 기존 상업화랑이 갖지 못하는 비물질적, 대형적, 대안적인 작품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안적 성격 때문에 자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제3세계 국가들이 비엔날레를 강도높에 열고 있다는 것. 미술문화를 주도하는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가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미국인 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데 반해 제3세계 국가들은 비엔날레를 통해 문화적 헤게모니를 역전시킨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광주라는 장소적 강점이 있는 반면 한계도 있다. 1회 대회부터 지적된 반발과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며 "광주가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예향'이면서도 예술적으로 보수적이다"면서 "그런 국면을 벗어나야지만 진짜 현대적 예향으로 모습을 갖출 수 있으며 지금은 탈바꿈을 하는데 진통시기"라고 말했다. 특히 "분석하고 보다 나은 국면으로 이르게 하는 고뇌과정보다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이고 무조건적인 전통.민족주의적인 것에 메여 크게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광주의 전통문화유산이 소중하지만 진정한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마저도 "어떤 비난과 공격을 통해서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리듯 그런 문제와 함께 광주비엔날레가 성장한다고 본다"면서 "그런 문제의식없이 어느 도시에 덜렁 비엔날레가 서는 것보다 뿌리가 깊고 견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강한 정체성 때문에 공격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 것"이라고 장점을 만드는데 좋은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비판을 진정성으로 발전시키고 좀 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기 정체성을 갖추면서 보다 세계를 넓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총감독은 "사실 국제화라는게 지역에서 출발한다는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비엔날레가 광주 뿐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사조로 자리잡고 그걸 통해서 배운게 글로벌리즘이다. 지역적 특성에 기반했을 때만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걸 잘 안다"고 언급했다. ○지역인력은 비례아닌 기준으로 ▲ 김홍희 제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안형수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에 주어진 지역작가들의 전시도 안배차원이 아닌 기준으로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김총감독은 "현대 미술속에서 광주정신을 어떻게 계승했느냐는 부분에서 회의적인 부분많다"며 "안배가 아니라 엄중한 분석 판단기준에 의해서 현대미술의 정신의 역사전에 들어올 수 있는 광주작가가 얼마나 되겠느냐하는 것이 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의 예술적 보수성이 전통을 변화발전 시키는 걸 막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획차원에서 광주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총감독은 "현재 재단에서 십년의 과정을 통해서 성장해온 재단직원이나 시청에서 파견나온 분들도 1회때 경험했을때 하고 여기 분위기가 많이 성숙해서 좋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거기에 큐레이팅 파트에 행정, 사무보다 광주출신에 기획자를 참여시키기 위해서 참여자를 추천받는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대나 미술단체에 광주지역뿐 아니라 전남 지역일대에 제가 알지 못하는 인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추천의뢰했고 기준에 미달한다면 모르겠지만 가능한 추천자 가운데 인력을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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