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광주' 조용한 '전남'
떠들썩한 '광주' 조용한 '전남'
  • 이정우 기자
  • 승인 2005.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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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중항쟁 25주년 기념행사
해마다 5월18일 그날이 오면 광주는 ‘세상의 중심’이 된다. 같은 시기 전남은 어떨까. 5·18 25주년 목포행사위원회 여인두 사무처장은 “광주는 규모도 있고,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우리는 초라할 뿐만 아니라 위축되고 있다”고 전한다. 전남 지역 중 5·18기념식을 가장 활발하게 치른다는 목포의 사정이다.

전남 동부의 여수, 광양은 공식적인 행사조차 치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순천은 꾸준히 5·18행사를 챙겨왔다. 하지만 주관하는 시민단체가 자주 바뀌었고, 행사의 내용 또한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올해 순천지역 5·18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순천민중연대 박선태 사무국장은 “한국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5·18을 기념하는 올바른 방식일 것이다”고 강조하면서도 “지금의 행사는 의례화되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광주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주의 경우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5·18유공자동지회를 주축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러 가지 기획을 시도했던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예컨대 2001~2003년 세 해 동안 ‘5·18정신계승 마라톤 대회’를 진행했고, 어느 때는 ‘금희의 5월’ 처럼 이름 있는 연극을 올리기도 했으며, 지금도 초중등교를 순회하며 설명을 곁들인 사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들은 지속성을 갖지 못한 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나주5·18유공자동지회 김기석 회장은 “갈수록 행사내용이 부실해진다는 비판을 나주시민들에게 듣고 있다”면서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달리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도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시·도의 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기업이나 개인의 도움을 얻어 보려 해도 “5·18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주 못지않게 5·18의 의미가 각별한 화순의 경우 올해는 5·18기념행사를 아예 치르지 못하게 됐다. 화순5·18유공자회 김창오 회장은 “그 전에는 소박하게나마 행사를 치르고 ‘격전지 순례’와 같은 방식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5·18을 알리는 작업이라도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순군 보조금을 받지도 못했고, 군민들의 무관심까지 겹쳐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의 다른 지역 사정 역시 이들 소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광주가 ‘세상의 중심’으로서 활기에 넘칠 때, ‘또 하나의 광주’ 전남은 지나치게 조용한 셈이다.

광주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5·18민중항쟁 제25주년 기념행사위원회’가 내건 올해 슬로건은 ‘진실 평화 그리고 연대’이다. 하지만 실상 전남과의 연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주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전남으로의 확산과 연대도 중요한 일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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