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광주'는 없다
브랜드'광주'는 없다
  • 안형수 기자
  • 승인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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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닷컴]
젝스코(GEXCO,광주전시컨벤션센터) 이사회가 3일 젝스코를 '김대중 컨벤션센터'로 개명하기로 의결했다. 변경된 젝스코의 영문 명칭은 ‘Kimdaejung Convention Center’로, 영문 약칭은 ‘Kimdaejung Center’라고 한다.

이로써 지난 4월 초 광주일보의 첫 보도로 촉발된 젝스코 개명논란은 공청회나 요식행위로 전락한 여론조사를 거쳐 20여일 만에 젝스코 이사회가 개명을 의결했다. 박광태 시장의 승인절차만 남긴 상태에서 개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젝스코와 광주시가 개명의 필요이유로 내건 것은 시장성과 브랜드가치를 통한 홍보효과였다.

하지만 반대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건물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 젝스코 규모는 최근 개장한 한국전시컨벤션센터(KINTEX)의 3분의 1수준, 좌석만 해도 ICC제주(4천3백석.제주), 엑스코(대구.4천2백석), 벡스코(부산.2천8백석)보다 작다.

세계사적 인물의 이름을 따온 컨벤션센터치고 너무 초라하다. '김대중센터'라고 해서 뭔가 기대하고 방문했을 외국인들에게 이름만 빌렸다고 소개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세계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 아닌 상업시설에 붙이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분 언론들은 이번 개명이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명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역시 젝스코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리에 대한 설명도 없이 진행돼 그저 호감도 조사에 지나지 않았다. 지역언론들도 객관성 담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여론조사는 무의미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젝스코 개명이나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는 행위 모두가 젝스코 계획단계부터 논의할 순 없었는지 또는 광주시민이 진지하게 공감하는 가운데 추진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불과 한달전 예산을 들여 결정한 젝스코의 CI는 무용지물이 됐고 또다시 예산을 들여 개발해야 한다. 시의회 절반 이상이 개명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개명에 따른 조례개정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정치적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전시컨벤션센터 가운데 규모로 하위권에 속하는 '김대중센터'가 마케팅을 이유로 '김대중'이라는 이름석자만을 빌렸다. 이름을 빌었다하여 세계적 건물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 김대중센터에는 김대중이 없다는 말은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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