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나면 숨을 곳도 없제”
“지진 나면 숨을 곳도 없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0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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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농촌은]이태옥(전남 영광)

“선정씨! 지금 집 안흔들렸당가? 지진같당께”
일요일 오전, 나른함을 찢는 소리로 전화통에다 대고 소리친다. |

일요일 아침, 텃밭에 감자 졸졸이 놓다가 사무실에 두고온 자료 생각에 사무실 들러 돌아나오려는 찰나, 건물이 좌우로 한동안 흔들려 몸은 얼어버리고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흔들림이 진정되고 서야 “건물이 부실공사라더니 며칠동안 사무실앞 도로공사 여파인가?”싶어 밖에 나가 건물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모르겠다. 

설마 2월 20일 영광앞바다에서 지진이 났을 때 “쾅”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려 잠자리에 누워있다가 놀라 뛰쳐나왔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인데 또 지진일까 싶어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후배집에 전화를 하니 청소기 돌리느라 그런지 못 들었단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전국노래자랑 선수들이 신나게 흥을 돋우는 화면밑자락에 “일본 큐슈우지방 강도7지진, 동해, 남해, 서해에서 지진 감지, 울진 핵발전소도 지진경보 울려”라는 자막이 나온다.

아이쿠! ‘홍농핵발전소’에 생각이 미치고 또다기 홍농 사는 후배에게 전화를 넣나 마나 망설이다 “이미 터졌으면 끝장이지 전화는 뭣하러 하나” 싶어 그만두었다.
야밤에도 한낮인양 돌려대는 전기혜택은 누가 받는데 핵발전소 떠 안고 살아야 하는 죄(?)로 영광주민들은 제명에 못 죽겠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며칠을 두고 또다시 인도네시아에서 8.7규모의 강진이 났고 중국이나 일본등 주변국의 강진은 한반도 전역의 지진기운을 높여 언제 강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숨을 곳도 없제. 발전소 터져 불믄 납으로 맹글은 피신처 아님 모를까 그대로 죽거나 빙신된께. 자손대대로...” 둘째 아들놈이 지진 대피요령을 아는체하자 동네아저씨 한마디로 무질러 버린다. 

영광은 무슨 놈의 악연인지 한번 들어온 핵 발전소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미 바다는 황폐화되어 보상금 몇푼 쥐어들고 삶의 터전인 바다를 포기해야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류제(바다오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한)만 턱허니 자리차지 하고 있다.

5, 6호기 가동 허가 내줄때 “바다가 9.4㎞ 이상 오염될 일 없고 그리되면 가동을 중단하겠다”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약속은 이미 휴짓조각 된지 오래다.

좁은 땅덩어리에 남한에만 현재 상업가동하고 있는 핵발전소만 20기란다. 거기에 16기를 동해안에 더 짓는다는 계획대로라면 동해안에 30기, 영광에 6기가 돌아간다는 계산이다. 한반도 어디고 안전지대는 없다는 말이다.

편리하다는 점 하나 때문에 전국토와 전국민의 목숨을 건 에너지 정책을 핵으로만 계속 밀고나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경제적이지도, 깨끗하지도, 않을뿐더러 비싸고 우라늄 매장량도 50년을 넘지 못할 정도로 한시적이고, 한번 터지면 모든 것을 잃고 말게 될 핵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 인류 에너지의 대안이 아니다. 왜 우리정부는 세계가 포기하는 핵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걸까? 왜 대안에너지는 개발하지 않는 걸까?

“쿵” 소리에 가슴 쓸어내려야 하고, 지진 날까 두려워 “지하굴을 팔까? 아이들은 어디로 숨기지?” 하는 일상의 두려움에 애 끓이며 오늘 하루를 넘긴다.
“불편하더라도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절규를 가슴에 안고... 

 /이태옥 전남 영광 tolee12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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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2005-04-09 22:35:10
기사 내용중 사무실은 여성의 전화?
하는일은 반핵?
전라도 사투리 오지게 써낳네요 호호
아마 일부러 그런것 같네요
감자?
아들하는말?
어쩐지 부끄럽네요.
그런데 여기 기자님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