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등돌린 이유
유권자가 등돌린 이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

   
▲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
고 전태홍 목포시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치러지게 된 목포시장 보궐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엿보게 한다. 고인을 추모해야 할 문상장소가 선거운동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에서 잘 나타나듯이 이번 보궐선거는 그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 나타나는 선거양상을 보면 무늬만 지방선거이지 속은 총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민의를 대변하여 시정을 이끌어갈 목포시장을 뽑자는 것인지, 정당의 대리인을 뽑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목포시장 보궐선거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선거가 실종된 우리의 정치문화를 잘 알도록 만드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정치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출마자 개개인에 대한 느낌과 친소관계, 연고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정작 중요한 시장의 역할과 시장을 뽑는 기준은 뒷전으로 내모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당의 경선과정은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한편 정당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날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경선방식을 둘러싸고 각 정당들이 보여준 혼선과 잡음, 탈당과 반박 등의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여러 번 경선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경선방식이 달라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당내에서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누구는 유리한 위치에서 경선을 치르기 위하여 제각기 나서서 주장을 하는 동안 안쓰럽게도 각 정당은 잡음과 혼선을 줄일 수 있는 권위와 규범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실시하고 있는 경선토론회에서 후보자의 경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내용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도 지금의 정치수준을 읽게 해준다. 어차피 토론자 중의 한명이 본선에 뛰어든다는 점 때문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고 하는 정당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때문에 토론회는 재미가 없어지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에비후보자들의 얼굴 알리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치열한 토론회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통 큰 정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입당원서와 정체모를 여론조사전화도 이번 선거과정의 특징이다. 많은 시민들은 예비후보자들이 배포한 입당원서에 시달려야 했다. 또 여론조사방식을 교묘하게 이용한 선거운동은 그렇지 않아도 짜증나는 스팸전화와 맞물려 전화공해를 만들어낼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뭔가 달라져도 한참 달라져야 할 것 같다. 

4월 30일 치러지는 목포시장 보궐선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무소속 후보간의 3자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질과 경력, 정책을 둘러싼 치열하고도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애가 타고 바쁜 후보자와는 달리 유권자들은 여전히 무관심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각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다양한 후보선택기준, 이를테면 도덕성, 개혁성, 행정능력, 경제적식견 등을 만족시킬만한 근거와 논리, 이를 뒷받침할 정책을 내세우지 않는 한 유권자들은 계속 냉담할 것이다. 본선을 한달도 채 남겨두고 있지 않는 이 즈음에서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방선거의 의미와 유권자의 소망을 바로 읽는 일이다.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