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율스님 단식중단 이후의 과제
[기고]지율스님 단식중단 이후의 과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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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합리화용 환경조사 우려 ... 자연에 대한 폭력 참회와 자성 계기로
 일부 언론 80일동안 무관심 하다 최근 앞다퉈 선정보도  

   
▲ ⓒ 정의행 평화실천불교연대 공동대표
지율스님과 정부가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와 실질적인 공사중단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율스님은 백일간에 걸친 단식을 풀었다.

지율스님의 단식은 결코 정부와 일부 언론이 왜곡해온 바와 같은 ‘일개인의 국책사업 발목 잡기’가 아니었다. 경제논리에 눈이 먼 채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쯤으로 여겨온 잘못된 개발정책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

눈앞의 이익과 속도에 눈이 먼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폭력에 맞선 숭고한 싸움이었다. 멸종되어가는 도롱뇽을 비롯한 말 못하는 뭇 생명을 대신해 자연의 권리를 주장한 생명의 외침이었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살신성인의 정진이었다.

이번 합의는 무엇보다 지율스님 살리기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끌어낸 성과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막판까지도 “안타깝지만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라며 고집을 부렸지만, 지율스님의 흔들림없는 정진에 공명한 민초들의 촛불은 꺼지기는 커녕 전국 20개 도시로 번져나갔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주도한 천성산 환경영향재평가 촉구 발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종교계와 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의 간절한 호소와 요구가 물결쳤다.

노무현 정부로서는 지율스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물밀 듯 닥칠 비난 여론과 사회적 파장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지율스님의 건강으로 보나 천성산의 상처로 보나 만시지탄이 있지만 어쨌든 자칫 경제논리에 희생될 뻔한 생명의 가치에 모두가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지율스님 단식 통해 천성산 살리기 사회적 합의 이뤄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의 뼈저린 자성이 필요하다. 뒤늦게 결단을 하긴 했지만, ‘천성산 관통공사 백지화’라는 대선 공약을 어기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공사를 강행하며 지율스님이 죽음 문턱에 갈 때까지 매몰차게 외면해온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살려달라고 절규하던 김선일씨를 끝내 외면한 채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강행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끔찍한 잘못을 다시 저지를 뻔했다.

노대통령은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와 선진국의 환상에서 벗어나,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민중의 생존권을 존중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진정한 선진국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환경단체와의 공동협의에 의한 환경 재조사 합의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사흘간 수박 겉핥기식 조사를 하고 천성산 관통공사에 면죄부를 주었던 환경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뼈를 깎는 자성을 해야 한다.

재판 기각 이후 단식 80일이 넘도록 지율스님을 외면하다가 나중에야 다투어 선정적으로 취재한 대다수 언론도 자성해야 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고 있다는 불경의 따끔한 지적처럼 메이저 언론들은 ‘단식’에만 초점을 맞춘 채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여론을 오도하려 했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은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환경파괴를 감시하고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제대로 비판해야 할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종교도 지난날 천성산 노선재검토위에서 졸속으로 검토하고 적당히 합의했던 과오나 도덕성 시비에 대하여 뼈저리게 반성하고, 지율스님의 순수성과 헌신성을 본받아 환경 지킴이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도 합의를 이루고 지율스님이 단식을 풀어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당장에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명산을 파괴하고 뭇 생명의 보금자리를 망치는 공사를 합리화하는 환경영향평가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율스님은 단식중에 “나를 보지 말고 내 뒤에 무너져가는 산하와 죽어가는 뭇 생명을 보라”고 했다. 단식을 풀면서도 겸허한 수행자의 자세로 “모든 생명과 우리들이 둘이 아니라”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다”고 했다.

이제 정부와 시민사회와 온 국민이 그러한 겸허한 마음을 본받아, 그 동안 환경파괴와 오염으로 자연에 대해 저질렀던 폭력에 대해 자성하고 참회하자. 세계경제포럼에서까지 입은 ‘환경 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금수강산을 가꾸는 데 힘을 모으자.

/정 의 행 평화실천불교연대 공동대표 iba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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