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오늘은 참 서글픈 날이다
노동절-오늘은 참 서글픈 날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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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스케치> 5월 1일 오후 2시 광주역 광장. 11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하루전까지만해도 대회에 온다고 했던 한 노조가 오지 못했다. 캐리어 하청노조이다. 전세계 노동자의 날인 1일 오전 하남산단 캐리어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캐리어 하청노조는 이날 오전 캐리어 관리직 직원과 용역 구사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공장점거농성 중인 하청노조원들을 무차별 폭행한 뒤 공장에서 끌어내 경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사측과 협의하기 위해 공장 안에 들어가 있던 박병규 민주노총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장은 '구사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등과 허리를 맞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하청노조원들은 심하게 다쳐 경찰은 이들을 하남성심병원으로 급하게 옮겼다. 이 사태를 들은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역 광장 노동자대회 후 금남로 YMCA까지 갈 예정이었던 거리행진을 롯데백화점 근처에서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 5시 행진대열은 대기중이던 전세버스를 타고 캐리어 공장으로 향했다. 5시45분 캐리어 정문앞에 도착한 노동자와 학생들은 바로 대오를 정비하고 규탄집회를 열었다. 캐리어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철망 안쪽과 건물 옥상에는 캐리어 관리직원들이 이 집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윤영민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장은 30일 사측과 대화하는 중에 '하청노조와는 교섭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측을 규탄했다. 송영진 캐리어 하청노조 사무국장은 '111주년 세계노동절인 오늘은 참으로 서글픈 날이다'며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이 싸움은 하청노조와 구사대의 싸움이 아니라 총자본과 총노동자의 싸움'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6시40분 노동자와 학생들은 집회를 마무리하고 다시 전세버스를 타고 폭행 당한 하청노조원들이 입원해 있는 하남성심병원으로 이동했다. 10분뒤 성심병원에 도착해보니 전경들이 중앙현관과 응급실 입구를 빈틈없이 가로막고 있었다. 병원앞에 도착한 노동자와 학생들은 모든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전경들과 대치했다. 이 때 쇠파이프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진 박병규 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장의 부인이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거부당했다. 그는 '남편이 쇠파이프에 맞아 허리를 다쳐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며 경찰에게 들여보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거부했다. 6시5분쯤 다친 노조원과 면회를 요구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를 묵살하는 경찰측에 분노해 현관을 막고 있는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조합원들은 팔짱을 낀채 병원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전경들을 하나둘씩 끌어내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 면회도 못하게'하는데 몹시 화가 난 조합원들은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며 계속해서 전경들을 끌어냈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돌아다니면서 '끌려나온 전경들은 절대 때리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며 만일의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애썼다. 흥분한 조합원들도 이에 수긍하여 끌려나온 전경들은 조합원들 뒤쪽에서 별다른 제지를 받지않고 서 있었다. 7시5분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헬맷과 방패 등으로 무장한 전경들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이때에도 조합원들은 몸싸움을 하며 전경들을 끌어냈지만 끌려나온 전경들은 잠시후 경찰쪽으로 돌아갔다. 성심병원 주변에는 점점 더 많은 경찰들이 배치되었고 병원안에도 상당수 병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조합원과 학생들은 다친 사람들과 면회를 요구하며 병원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7시38분 경찰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자 조합원들은 세 번째 몸싸움을 했다. 이때 변함없는 경찰의 태도에 몹시 흥분한 조합원들은 더욱 격렬해져서 현관 유리문까지 밀고 들어갈 정도로 많은 전경들을 끌어냈다. 뒤에서 대열을 짓고 서있던 다른 조합원들과 학생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비정규직 철폐하자'를 계속 외쳤다. 10여분 동안 몸싸움이 있다가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열을 정비하자고 소리쳤지만 몇몇 조합원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곧 조합원들은 스스로 '대열정비'를 외치며 경찰에게서 물러났다. 조합원들은 다시 연좌농성을 벌이며 거듭 면회를 요구하고 공장안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캐리어자본을 규탄했다. 8시51분 네 번째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민주노총 지도부와 광산경찰서장의 면담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은 그 자리에서 빵과 우유로 끼니를 대신하며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조합원들은 면담결과를 기다리면서 전경과 몸싸움하면서 땅에 떨어진 시계와 안경 등 분실물들을 모았다. 경찰쪽에서도 시계 등을 잃어버렸다며 조합원들에게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9시쯤 민주노총 지도부가 광산경찰서장을 면담하고 응급실에서 다친 하청노조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전한 면담결과. "담당의사가 다친 조합원 9명중 3명은 꼭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9명 모두 하루만이라도 입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산경찰서장은 빨리 경찰서로 연행해야 한다고 했으나 우리가 내일 점심이라도 먹이고 데려 가라고 말했다. 오늘은 간호에 필요한 인원만 남기고 해산하기로 했다.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5명(이경석 하청노조위원장과 하청노조 집행부)은 치료 후 연행하고 나머지 4명은 치료 후 우리가 데려가기로 합의했다." 이 결과에 대해 하청노조 조합원들은 마뜩치 않아했다. 그들은 공장점거 이후 '위원장님 얼굴 한번 못봤다'며 이렇게 물러나는 것에 불만을 내비췄다. 9시 20분쯤 하청노조원들이 직접 면회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하기 위해 다시 광산경찰서장과 면담에 들어갔다. 면담결과 하청노조원 4명만이 면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한 하청노조원은 '우리는 뭐냐. 위원장님 얼굴 못본지 20일도 넘었다'며 면회인원이 4명으로 제한된 것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조합원 4명의 양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송영진 하청노조 사무국장은 '이 비닐 속에는 우리 동지들의 피묻은 옷이 들어 있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하청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위원장님! 동지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외쳤다. 9시55분 조합원들은 마지막 구호를 외치면서 집회를 마쳤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 1일 오전 공장점거농성장에서 '구사대'에게 폭행당한 부상자 명단(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투쟁속보 게시판 참조) 1) 박병규 : 금속산업연맹 광주전남본부장 감금상태에서 쇠파이프로 맞음. 오른쪽 상하반신 마비상태. 오늘 하루 경과를 두고 봐야. 2) 김대희 : 캐리어노조 조합원 혼수상태. 일단 1차 CT촬영결과 이상은 나타나지 않으나 오른쪽 다리 감각없음. 오늘 경과를 지켜봐야 함. 3) 송세종 : 하청노조 조합원 머리 두곳 심하게 찢어짐. 6-7cm 기웠으며 다른 한 곳의 부상은 3-4cm정도. 깊게 파여 오늘 경과를보고 내일 뇌수술실에서 수술예정. 4) 김희철 : 하청노조 조합원 전신타박, 왼쪽 눈 부상. 심하게 부어 앞을 보지 못하고 눈동자 굴리는데 어려움 호소. 5) 김시영 : 하청노조 조합원 오른손목 부상. 전신타박상 6) 이경석 : 하청노조 위원장 머리부상. 전신타박상. 7) 김남균 : 하청노조 교선부장 얼굴타박상. 코 왼쪽 눈 부어 오름. 오른손, 왼쪽다리 부상. 8) 김경민 : 하청노조 조합원 전신타박상. 얼굴에 상처 9) 고강삼 : 하청노조 조합원 전신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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