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비 ‘한일화해’ 전령사
뮤지컬 제비 ‘한일화해’ 전령사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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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단 ‘와라비자’(대표 코지마 가츠아키)의 뮤지컬‘제비’가 11일  오후 7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뮤지컬 ‘제비’는 400여년 전 임진왜란이 끝난 후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를 소재로 한일간의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 제비 한장면 다음은 제비의 주요줄거리.‘첫 번째 조선 통신사의 일행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경식은 만찬석상에서 무희로 춤을 추고 있는 부인 연을 발견한다. 10년 전 전쟁통에 익사한 줄 알았던 부인이 왜구의 배에 구조된 뒤 일본으로 실려온 것이다. 연은 장군의 첩살이를 하다 무사 미즈시마 젠조에게 하사된다. 젠조는 연을 아내로 삼아 아이까지 뒀지만 이경식과 연이 조선에서 부부였음을 알고 깊은 실의에 빠지고 이경식은 연에게 조선으로 돌아갈 것을 재촉한다. 결국 젠조는 목숨을 담보로 연의 귀국을 허락 하지만 연은 자신 때문에 젠조가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마지막 선택을 한다.’ ▲ 제비 한장면

뮤지컬 ‘제비’는 임진왜란이라는 불행한 역사에 희생된 주인공들의 기구한 사랑과 어긋난 인연을 노래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조선인을 납치해간 일본의 만행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자기독백의 노래다. 기실 한 쌍으로 짝지어 진 제비는 이듬해 봄이면 어김없이 고향으로 함께 돌아가지만 이경식과 젠조, 조선과  일본 사이에 낀 연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로 역사적 아픔을 더욱 또렷하게 각인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뮤지컬 ‘제비’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일본인들에게 스스로 거울을 들고 과거의 역사를 반추하도록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뮤지컬 ‘제비’는 지난 2002년 8월25일 한일 월드컵 공동주최를 기념해 첫 공연을 시작한 후 일본전국 투어를 통해 무려 350여 차례에 걸쳐 20만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극단 ‘와라비자’는 뮤지컬 ‘제비’를 제작하기 위해 국악, 사물놀이, 소리, 한국춤은 물론 한국어까지 배우고 음악과 의상, 장치까지 전문가에게 철저하게 고증을 받았다.
이때문에 뮤지컬 ‘제비’는 한일 두 나라의  전통문화를 비교적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제비 한장면

뮤지컬 ‘제비’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제임스 미키는 “도요토미히데요시에  의해 국토를 유린당한 조선국은 5백여 명의 문화사절단인 ‘조선통신사’를 일본국에 파견, ‘文’으로 ‘武’를 되 갚았다”며 “조선통신사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으로 하여 ‘文’으로 ‘武’를 극복하고 싶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한편, 극단 ‘와라비자’는 올해로 5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대를 이어 순수 민간집단 예술촌인 ‘타자와코 예술촌’을 지켜온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는 독특한 연극단체다.
극단이름 ‘와라비’는 ‘고사리’라는 의미로 초창기 산골지방에서 먹을 것이 없어 고사리를 주식으로 연명하며 어렵게 시작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와라비자는 지난 50년 이상동안 일본예술을 재창작한 작품들을 공연하며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범극단으로 성장했다.

특히 ‘와라비자’는 전후 재일 한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한국에 우호적이고 한국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연구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반전이나 한일관계, 재일동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진보적인 꾸준히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극단 ‘와라비자’는 1995년 한국국제댄스이벤트와 1995년  광주비엔날레, 2001년과 2002년 뮤직 퍼포먼스 ‘히비키’ 공연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뮤지컬 ‘제비’에는 쓰바키 치요(제비 역), 곤도 스스무(이경식 역),  와타나베 테츠(미즈시마 겐조) 등 와라비자 단원 20여 명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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