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길 멀고도 험하다
문화예술의 길 멀고도 험하다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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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진흥위원 추천 두고 민간단체-광주시 갈등

"오만한 관치주의" vs "중립확보 위한 최소장치"

광주시가 문화중심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문화중심도시를 광주에서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문화예술진흥위원회의 참여위원 선정과 관련해 광주시와 민간예술단체간 '관치행정'논란에 휩싸인 때문.

또한 그 와중에 또 다른 민간단체 내부에서도 위원추천 절차상의 문제가 불거져 결국 주도권 다툼으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광주민예총(회장 김경주)은 보도자료를 내고 "광주시가 지역내 수구기득권세력을 앞세워 위원회를 장악하려 한다"면서 "민예총 몫의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추천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미술협회광주시지회도 성명을 내고 "문화예술진흥위원회 구성방식에 투명성확보가 문화수도건설의 첫걸음"이라며 "밀실야합의 위원선정방식을 철회하고 인사를 민주적으로 재추천하라"고 예총을 향해 촉구했다. 15명의 위원 추천과정에서 불거진 관련 단체들간의 갈등은 그만큼 위원회가 앞으로 광주의 문화예술사업에서 차지할 역할이 크기 때문.

하지만 조직의 시각에선 그동안 입장을 비슷하게 가져왔던 광주시와 예총 대 민예총과 문화연대라는 대립구도가 문예진흥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느냐의 문제였다.  

그런데 추천인 명부를 가지고 전체회의가 열리기로 한 지난달 27일 광주민예총과 광주미협에서 잇달아 성명을 내고 위원회 구성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 특히 민예총은 성명을 통해 그간의 논의와 합의를 백지화하고 위원회 참여 자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추천된 문예진흥위원으로는 행정부시장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으며, 이 외에 광주시가 추천한 조동수씨(전 광주일보 주필), 정종제 시문화관광국장이 추천됐다.

그리고 예총의 추천인으로 박금자 회장과 전남대 최규철 교수, 지형원 광주일보 부국장, 김태욱씨가 있으며, 광주민예총에선 김경주 회장과 박석무 5.18재단이사장, 박화강 한계레 기자, 서양화가 오승윤씨가 명단에 올랐다. 광주문화연대는 김하림 대표와 소설가 문순태씨를 각각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예총이 '관치행정', '지역내 수구기득권세력'으로 지목한 이들은 광주시에서 추천한 인물과 일부 예총의 추천인들. 민예총 조진형 사무처장은 "민간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 사업에서 광주시가 추천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고 참가인사들의 면면이 과거 사람들이다"면서 광주시의 추천권을 시의회로 넘기라고 요구했다.

민예총의 이같은 지적은 문예진흥위의 위원장 선임을 비롯한 중요 결정을 할 때 평소 광주시와 가까운 관계를 가져온 예총과 광주시 추천인들이 뜻을 모으면 의사결정 정족수인 과반수를 가볍게 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조례상 시장이 위촉하도록 한 위원회 구성권한을 각 관련 단체에 나눠 준 것이 어떻게 관치행정이냐"고 반문한 뒤 "광주시 몫의 2인 추천도 현실적으로 위원회 참여단체간에 벌어질 수있는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예총의 불만은 이미 조례를 제정할 당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민예총은 준비위에서 축조한 조례가 시의회를 거치면서 위원의 임기보장과 위원회의 기능부분 등에서 위원회의 자율성이 훼손됐다고 판단, 당시에도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위원추천에 관한 문제는 이미 깊어진 갈등의 골 때문에 치유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총은 내부갈등으로 번져

한편, 예총의 추천선정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던 미술협회측은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박금자 회장이 자기 마음대로 자기 사람을 위원으로 추천했다"면서 재공개 선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금자 예총회장은 "지난달 9일 열린 예총 소속 각 회장단 모임에서 합의한 대로 추천인을 선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광주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광주시와 민예총, 예총과 미술협회가 벌이고 있는 갈등은 그 진상에 대한 시각 이전에 어느 쪽도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한 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문화중심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광주가 거쳐야 할 산이 많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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