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관행 ‘선거금품제공’서 예외일 수 없어
촌지관행 ‘선거금품제공’서 예외일 수 없어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3.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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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예향신문 기자들, 촌지 선관위 신고
최근 이 지역의 한 주간신문사 기자들이 촌지를 선관위에 신고한데 대해 그 진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인과 언론의 ‘촌지관행’에 제동이 걸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 8일 인터넷 <오마이뉴스 designtimesp=10745>에는 ‘기자에게 30만원 준 경선후보 검찰 고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 따르면, 전남 진도군의 한 주간신문사 기자 3명이 민주당 해남진도 국회의원 경선에 참가한 한 후보로부터 개인당 10만원씩 모두 30만원을 받았다가 지난 5일 진도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는 것. 게다가 진도선관위에선 이들에게 신고포상금으로 받은 돈의 50배인 1천5백만원을 지급키로 결정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신고는 이틀 뒤 다른 매체를 통해 그 ‘진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는 10일 진도발 기사로, 주간지 기자들의 선관위 고발이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가 지적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주간지 기자들이 후보자에게 돈을 받은 것은 2월 28일인데 선관위에 고발한 것은 그로부터 6일이 지난 3월 5일이라는 점. 그리고 기자들이 진도 선관위에 고발한 시각은 5일 오후 5시 30분이었는데, 이에 앞서 전남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도현지에서 참고인들을 중심으로 본격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연합뉴스는 경찰측의 말을 빌어 “기자들이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선관위에 신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선관위의 포상금 지급 결정은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도 선관위나 신고당사자측은 경찰측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진도 선관위는 “경찰측의 사전 조사여부를 모른 채 신고를 접수했고 법에 따라 포상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고자인 예향진도신문(사장 조갑연)의 박진영 편집장(60)은 “후보자에게서 돈을 받은 이튿날 연휴가 시작돼서 지난 2일 진도 선관위에 찾아가 문의를 했었다”면서 “하지만 지역사회의 정서특성상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미루다 결국 5일 신고를 결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편집장은 또한 “선거 시기 정치인과 언론인과의 촌지 관행에 대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 이견이 있었지만 신고를 강행키로 세 기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예향진도신문 기자들의 신고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의혹이 없지 않다. 사람들의 관계가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작은 지역사회에서 특정후보측을 지지하는 한 언론사가 ‘관행’을 이용해 다른 후보를 공격한 것 아니냐는 것.

문제가 된 민주당 경선후보 오길록씨는 “기자들과 미리 약속하고 만났던 것도 아니고, 우연히 신문사에서 들렀다가 ‘고생한다’는 의미로 조금 건넨 것”이라면서 “그저 ‘관행’으로 준 걸 가지고 선관위에 신고한 것은 다른 후보측과 관련된 정치공작이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이 언론인을 만나면서 촌지를 제공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처럼 돼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회의원 경선 과정이 진행중인 최근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기자에게 촌지를 제공하는 것을 ‘인사’로 생각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같은 관행에 대해선 선관위조차 어느 정도 인정할 정도다. 광주시 선관위 한 관계자에게 ‘선거 시기에 정치인이 기자에게 촌지를 제공하는 것을 선거법상 금품제공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워낙이 관행이라 본인이 직접 신고하지 않은 이상, 그것까지 잡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답을 해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예향진도신문 기자들의 촌지에 대한 선관위 신고는 정치인과 언론인 사이의 촌지관행에서 의미 있는 사례가 되고 있다. 선거 포상금을 노리는 이른바 ‘선(選)파라캄가 등장하는 시대에 더 이상 언론인에 대한 촌지가 ‘금품제공행위’로부터 안전할 수만은 없다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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