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전남여고 1학년인 강보라양(17)과 강예솔양(17)은 “대통령도 잘못이 있긴 하지만, 부패한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 싫어 서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 오후 5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집단적으로 거리에 나선 대학생들도 우체국 앞 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전남대와 조선대학생 등 1백여명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다양한 피켓을 흔들거나, 미리 마련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오후 6시부터 시작될 촛불시위에 동참할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 오후 6시 삼복서점 앞
집회장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교사 박재성씨(50. 남구 치평동)는 “이번 탄핵은 쿠데타이며, 헌법재판소는 총선 전에 탄핵안을 기각해 민주정부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을 해산하지 않으면 지역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진보정당이 살아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 오후 7시20분 금남로 YMCA 앞
오후 7시가 되자 주최측은 촛불행진의 시작을 알렸고, 참가자들은 비좁은 충장로를 벗어나 금남로로 접어들며 촛불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찰측도 구 광주은행 사거리부터 도청 앞 분수대 구간의 차량을 통제했다.
2백여 명으로 시작된 시위행렬은 일반 시민들이 합세해 7백여 명으로 불어났으며,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단위 참가자와 3-40대 넥타이 부대들도 계속 대열에 합류했다.
참가자들은 "민생외면 부패정치 16대국회 심판하자“, ”국민주권 짓밟는 보수정치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청방향으로 행진을 계속했다.
두 아이와 함께 촛불시위에 동참한 윤광일씨(41. 동구 동명동)는 “대통령의 어리석은 언행은 있었지만 탄핵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며 “아이들에게 창피한 일이고, 탄핵을 주도한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무조건 낙선시켜야 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은 민정당을 승계한 이들이 싫어서 선택한 차선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무조건 민주당’이 아닌 참된 정치인을 뽑겠다”고 다짐했다.
시위대의 행진은 7시20분경 YMCA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경찰은 선무방송을 통해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회의원과 다를 바가 없다”며 해산을 촉구했다.
그러나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며 행진을 멈추지 않았고, 경찰측과 한동안 몸싸움도 벌어졌으나 큰 충돌로 번지지 않고 연좌시위로 이어졌다.
저녁 8시께 집회를 마무리한 시위대는, 앞으로도 매일 저녁 7시 삼복서점 앞에서 진행될 촛불시위에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하며 자진 해산했다. 그러나 노사모를 비롯해 시민 200여명은 다시 삼복서점 앞으로 자리를 옮겨 9시30분경까지 탄핵을 규탄하는 집회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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