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현장>“국회의원들을 위생매립장으로
<탄핵반대 현장>“국회의원들을 위생매립장으로
  • 추선우 기자
  • 승인 2004.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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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한 시민들의 규탄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난투극 속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는 현장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봐야 했던 시민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촛불시위를 벌이며, 부패한 정치권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탄핵한 것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화창했던 주말 오후,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던 ‘탄핵반대의 현장’을 찾았다. 도청 앞 규탄집회, 7백여명 시민 운집“민주당은 오월영령 혼 더럽혔다”매일 저녁 7시 촛불시위 진행하기로 ◆ 오후 4시 충장로 우체국 앞 주말을 맞아 인파로 북적거린 광주시 동구 충장로 광주우체국 앞. ‘광주 국민의 힘’ 회원들이 ‘헌법재판소의 빠른 탄핵부결을 촉구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국민의 힘’ 회원들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앞다퉈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심지어 서명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 힘’의 한 회원은 “1000만명의 서명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시민의견서’로 제출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한 회사원 최종인씨(28. 북구 신안동)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몰아낸 것”이라며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또 시민 서동민씨(41. 남구 백운동)는 “자기들은 더 못하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는 행위이며, 그들은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없는 집단”이라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서명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전남여고 1학년인 강보라양(17)과 강예솔양(17)은 “대통령도 잘못이 있긴 하지만, 부패한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 싫어 서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 오후 5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집단적으로 거리에 나선 대학생들도 우체국 앞 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전남대와 조선대학생 등 1백여명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다양한 피켓을 흔들거나, 미리 마련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오후 6시부터 시작될 촛불시위에 동참할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 오후 6시 삼복서점 앞

광주전남지역 8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패정치 척결 광주전남범국민회의(준)’가 주최하는 규탄대회가 오후 6시부터 삼복서점 앞에서 열렸다. 그리 넓지 않은 삼복서점 앞길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학생 등 2백여명으로 가득 찼고, 상당수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집회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집회 연사로 나선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김용채 상임대표는 “반민주행위를 한 집단들을 심판해야 한다. 다시 한번 시민들의 힘을 합쳐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자”고 호소했다. 이어서 학생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백형진 조선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누가 16대 국회에 대통령을 몰아낼 권리를 주었는갚라고 반문한 뒤 “16대 국회는 도둑놈 국회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학살주범들이 있는 한나라당과 영합해 오월영령의 혼을 더럽혔다”며 “자신들에 대한 심판이 두려워 총선을 연기하려는 음모마저 보이는 이들을 시민의 힘으로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정철웅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도 “3월 12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국회의원 공화국이 되고 말았고, 대한민국 국회는 철밥통 국회가 되었으며, 국회의원 금배지는 돌배지가 되었다”고 일갈한 뒤 “돼지 같은 눈을 가진 국회의원들을 위생매립장으로 보낼 것을 결의하자”고 외쳤다.

집회장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교사 박재성씨(50. 남구 치평동)는 “이번 탄핵은 쿠데타이며, 헌법재판소는 총선 전에 탄핵안을 기각해 민주정부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을 해산하지 않으면 지역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진정한 진보정당이 살아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 오후 7시20분 금남로 YMCA 앞

오후 7시가 되자 주최측은 촛불행진의 시작을 알렸고, 참가자들은 비좁은 충장로를 벗어나 금남로로 접어들며 촛불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찰측도 구 광주은행 사거리부터 도청 앞 분수대 구간의 차량을 통제했다.

2백여 명으로 시작된 시위행렬은 일반 시민들이 합세해 7백여 명으로 불어났으며,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단위 참가자와 3-40대 넥타이 부대들도 계속 대열에 합류했다.
참가자들은 "민생외면 부패정치 16대국회 심판하자“, ”국민주권 짓밟는 보수정치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청방향으로 행진을 계속했다.

두 아이와 함께 촛불시위에 동참한 윤광일씨(41. 동구 동명동)는 “대통령의 어리석은 언행은 있었지만 탄핵받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며 “아이들에게 창피한 일이고, 탄핵을 주도한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무조건 낙선시켜야 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은 민정당을 승계한 이들이 싫어서 선택한 차선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무조건 민주당’이 아닌 참된 정치인을 뽑겠다”고 다짐했다.

시위대의 행진은 7시20분경 YMCA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경찰은 선무방송을 통해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국회의원과 다를 바가 없다”며 해산을 촉구했다.
그러나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며 행진을 멈추지 않았고, 경찰측과 한동안 몸싸움도 벌어졌으나 큰 충돌로 번지지 않고 연좌시위로 이어졌다.

저녁 8시께 집회를 마무리한 시위대는, 앞으로도 매일 저녁 7시 삼복서점 앞에서 진행될 촛불시위에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하며 자진 해산했다. 그러나 노사모를 비롯해 시민 200여명은 다시 삼복서점 앞으로 자리를 옮겨 9시30분경까지 탄핵을 규탄하는 집회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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