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는 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림 보는 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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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 대개는 자신도 계면쩍은지 빙그레 웃기 마련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여러 말하지 않는다. '기냥 봐.' '보기야 보지만...' 머뭇거리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는 방법은 따로 없다. '기림은 기냥 보면 되는 것'이다.

오래도록 화첩을 뒤적거려 보긴 하였지만, 내가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림을 볼 때에 아무 생각 없이 본다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말을 할 때 어떤 작품을 가리켜 좋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에 대해 상당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러한데, 그 사람들이 좋다고 말한 그림을 보면서 나는 대부분의 작품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그런 그림들은 대개 '느낌'만 좋은 그림이기 일쑤이다.

느낌만 좋은 그림은 많이 있다. 그런 그림들의 한가지 특징은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등장하더라도 막연한 이미지로만 등장한다. 사람들은 대개 밝고 환하게 그린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 물론 화가의 솜씨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배꽃이나 동백꽃을 잘 그려 놓은 그림은 방이나 거실에 놓아두기 좋은 그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의 대부분은 실패작들이다. 일정 솜씨를 지닌 화가가 센티멘털리즘에 의지해서 팔아볼 목적으로 그린 그림들. 사실 그것들이 잘 팔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개중에 뛰어난 작품이 있기는 있다. 문제는 옥석을 가릴 수 있느냐는 데 있다. 한가지 기준을 먼저 제시한다면, 어떤 그림을 볼 때, 이 작품이 예술 작품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라. 화가들은 많지만 예술가들은 많지 않다. 예술 정신을 떠난 화가는 화가라기보다는 화상에 가깝다. 그런 화상들의 작품은 백년이 지나도 가치를 인정받기는 힘들다.

글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진 것이라야 한다. 화가라는 이름을 걸고 그린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잘 그려졌다고 해서 그 작품을 잘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한데, 예술가의 영혼이 깃 든 작품이냐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이름만 지우면 누가 그렸는지 구별할 수도 없는 작품은, 말 그대로 개성이 없는 것이고, 보기에 예쁜 그림은 보기에 예쁜 그림일 뿐이다.

한 화가가 뜨거운 예술혼을 가지고 그린 작품엔 그의 끓는 영혼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것은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이 덧칠된 작품일 것이다. 그림에 대해서 말을 할 때에는 누가 뭐라고 말하더라는 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그림을 직접 대하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작품은 당신 눈에는 좋은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눈으로 어떤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어렵게 말하지 말자. 어떤 화가의 작품을 볼 때, 자신이 좋아하는 대가들이 이 작품을 그렸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보라. 느껴지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나 피카소, 혹은 고흐나 콜비츠의 그림 만한 작품들이 지금 이 땅의 누군가에 의해 그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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