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의 화두는 개인과 역사 ”-첫 장편소설낸 홍광석씨
“내 소설의 화두는 개인과 역사 ”-첫 장편소설낸 홍광석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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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편소설집 출간 홍광석씨 인터뷰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 주선 가족사 복원 시도”

늦깍이 소설가 홍광석씨(52·전남 곡성석곡고 교사)가 첫 장편소설 ‘회소곡’(다지리·9,000원)을 펴냈다. ‘회소곡’은 ‘둥지를 그리워하는 노래’라는 의미로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붕괴된 비극적인 가족사와 그 치유의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소설은 1945년 해방부터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 굴곡 많았던 분단 현대사의 이면에서 신음받고 고통받았던 개인들과 가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개인과 역사의 문제를 정면에서 천착하고 있다.

다음은 저자와의 일문일답.

- 이번 소설의 집필동기가 있다면.
▲ 가족사도 하나의 역사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분단의 과정에서 개인과 역사의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소설은 가족사와 개인사를 통해 시대와 민족의 아픔을 담고 싶었다. 개인과 역사의 문제는 앞으로도 내 소설이 담아야 할 화두라고 할 수 있다.

- 역사물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라도 있나.
▲ 문학은 역사와 철학이 빠지면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 성장과정으로서의 역사에 천착하는 편이다. 그것이 작가로서 이 시대를 사는 올바른 모습이다. 문학작품을 대할 때 문장보다는 역사성을 먼저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이 소설은 얼마만큼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인가.
▲ 친구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형이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변의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조합했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사실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 한국전쟁에 대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첫 장편을 분단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선택했는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나.
▲ 별로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추구해왔던 삶의 가치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전교조 운동을 하면서도 사회적 좌파로 몰렸던 기억도 있다. 분단의 문제는 현실의 문제이자 곧 나의 문제다. 자료가 부족해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심리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소설을 쓰면서 많이 아팠다.

- 분단소설이 우리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 그동안 지리산, 태백산맥 등 많은 분단문학이 생산됐지만 모두가 분단사의 일부일 뿐 더 깊고 많은 이야기들은 아직 꺼내지도 못했다.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통일이 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전쟁에 대한 반성과 회한의 기간을 거쳐 우리민족 스스로를 돌아보는 통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분단구조가 만들어 놓은 고통이 비단 남북한 이산가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한 내부의 가족 간, 개인간의 고통도 있다. 소설을 통해 원초적 그리움과 갈등 사이에서 고통받았던 어머니와 아들간의 용서와 화해를 추구하고 싶었다. 그것은 분단을 통해 붕괴된 가족사의 복원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특별히 통일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민족이 통일된 세상을 꼭 보고 싶다.

- 이 소설의 집필기간은 얼마나 되나.
▲ 96년 등단 이후 처음부터 친구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친구가 92년 6월 여름방학 때 우리내외를 불러 중국 길림성에서 온 사촌형의 편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해방정국에서 실종된 부친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친구는 그 해 10월 사망했다. 어떤 답도 해주지 못한 소설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이 소설을 쓰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소설은 96년 등단 이후 구상에 들어가 8∼9년 동안 집필했다. 2000년에 어느 문학상에 공모했다 탈락한 것을 올 겨울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 출판하게 됐다.

- 소설의 시대·공간적 배경은.
▲ 45년 해방에서 2000년 남북정상 회담 이전까지를 다뤘다. 그 과정에서 큰 줄기의 역사적 사건은 과감히 배제했다. 다소 분위기가 무거우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무리 없이 사건이 진행된다. 공간적 배경은 목포다. 목포는 영산강과 만나는 지점이자 호남선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국도 1, 2호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무엇보다 내가 자라고 성장한 곳이란 점에서 선택됐다.

-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있다면.
▲ 역사를 거시적 흐름이 아닌 미시적인 시각에서 파악하고 싶다. 그것도 중앙보다는 지방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특히 밝혀지지 않은 역사나 패자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굴하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 앞으로 작품활동 계획은.
▲ 내년 봄쯤 동화집을 출간하고 이제껏 써 놓은 중·단편을 모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아직 미완성 장편인 ‘밀물’과 ‘시인의 흔적’은 기약 없는 작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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