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2만원과의 '나홀로 투쟁' 7년
범칙금 2만원과의 '나홀로 투쟁' 7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당함과의 싸움에 목숨 건 최 영 씨/ 부당한 범칙금, 오만한 공무집행 '항의'/ 되풀이되는 재판과 기각 재산 다 털려/ 부당함과의 싸움에 돈이 문제겠어요?/ 길 가다가도 잘못된 표지판 지적 시정요구/ '진실'만 밝혀진다면 '돈'은 아깝지 않아요// 교통 범칙금 2만원의 부당함과 잘못된 경찰의 공무에 항의하며 7년동안 '나홀로 투쟁'을 꿋꿋이 전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금호고속 고객만족팀에 근무하고 있는 최영씨가 바로 그 주인공. 최씨는 수없이 되풀이되는 재판과 기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신문에 광고를 내고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올리는 등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범칙금 2만원과 싸우기 위해 재산 전부였던 땅 120평까지 판 그가 7년동안 소송자금으로 쓴 돈만 해도 1천여만원. 하지만 최씨는 '진실'만 밝혀진다면 그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한다. <주차차량 빼기 위한 경음기 사용이 사건의 발단> 사건은 최씨가 금호고속 시외버스 운전기사로 재직하던 지난 95년 5월 5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황산파출소 앞에서 발생됐다. 그곳은 양방향 통행로임에도 불구하고 양편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버스 한 대가 지나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는 8분여 정도 정체하다 주차차량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경음기를 사용했다. 그러자 최씨 앞에 나타난 것은 운전자들이 아닌 사복차림의 남자였다. 나중에 파출소장이라고 밝혀진 그 는 최씨에게 면허증을 요구했고, 최씨는 그에게 누구냐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씨에겐 신분증 대신 7만원짜리 지시위반 스티커가 발부됐다. 최씨는 부당하다며 곧장 해남경찰서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약식재판 결과 7만원짜리 지시위반 대신 경음기 사용 위반 범칙금 2만원으로 바뀌었다. 최씨는 범칙금에 대해서도 승복할 수 없었다. 범칙금을 내야할 법규를 위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는 경음기 사용 규제 표지판이 설치돼야 하는데 문제의 현장에는 규제표지판이 없었습니다" 최씨는 다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꼭 해야하는 성격입니다. 그 고집은 제 아내도 꺾지 못해요" 결국 최씨는 7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복 입고 신분증 제출하지 않는 경찰의 공무는 부당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씨는 국가를 상대로 잘못된 스티커 발부로 인한 재판과정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시 경찰의 공무는 정당했다며 최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자 최씨는 파출소장이 재판과정에서 '최씨가 욕하고 면허증을 파출소 바닥에 내던졌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파출소장을 위증혐의로 재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최씨는 지난 98년 8월 대검찰청에 재항고장을 냈다. 그러나 재항고장마저 기각당해 98년 그는 12월 헌법소원을 제기 또한번 각하되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씨는 이제 더 이상 고소장을 낼 곳이 없다. 하지만 최씨는 "이제 내가 옳다고 판단해줄 수 있는 곳은 대통령과 국민들 뿐이다"며 그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늘도 호소문을 작성하고 있다. "제복도 입지 않고 신분증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경찰임을 앞세우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몇몇 경찰관들 때문에 모든 경찰들이 매도당하는 것이다"며 "나의 이런 행동이 '정의사회 구현'을 실현하는 민주경찰상으로 자리매김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뛰고 있다"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잘못된 교통시설물은 꼼꼼히 사진 찍어 시정토록 민원 제기> 이런 생각들은 단순히 재판 과정에서만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2년부터 시외버스를 운행하면서 잘못된 도로 상황이나 교통시설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는 최씨. 그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잘못된 부분은 사진에 담아 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이 그의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최씨 주변에서는 "직업으로 삼고 활동하면 많은 돈 벌겠다"는 농담 섞인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씨 생각은 다르다. "돈 받을려고 했다면 시작도 안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내 자신 필요하다고 느껴서 할 뿐이죠" 이것이 최씨가 끊임없이 신문 투고, 관할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다. 그래서 최씨는 자신이 지적한 부분이 시정됐을 때만큼 기쁠 때가 없다고 말한다. 그 때 느끼는 희열은 그 누구도 맛볼 수 없는 것이라고 자신하는 최씨. 이런 열정이 있기에 최씨는 범칙금 2만원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고 경찰공무원의 부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서 헌법소원까지 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