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줌마의 막무가내 육아
그 아줌마의 막무가내 육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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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아줌마의 육아일기

요즘 다이어트에 열중인 그 개띠아줌마에겐 7살 난 딸과 3살 난 아들이 있다. 7년 차 직장여성인 이 아줌마는 둘째를 나면서 3달간의 달콤한 휴가를 즐긴다. 멋진 신랑은 또 그대로 돈벌러 가고 나름대로 귀여운 예쁜 큰딸은 유치원에 가고 아직은 잠만 자는 아들하고 둘이서 뒹굴다 시간만 나면 인터넷 쇼핑을 즐긴다.

그 휴가 마무리엔 카드 값이 엄청 났단다. 아무래도 요즘 모 공익광고가 이 아줌마의 행태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지만 본인은 자신의 재량에 맞췄다고 우긴다. 24평 별 볼일 없이 좁은 집엔 50평은 되야 들여놓을 만한 미끄럼틀이 버티고 있고 어디서 그 많은 책들은 들여놨는지 아이방은 이미 만책된 지 오래고 침실이고 거실이고 다 온통 아이들 책뿐이다.

것도 모자라 시간나는 데로 도서관에 들러 신랑, 본인, 아이 몫으로 책을 한 보따리씩 들고 퇴근한다. 이 아줌마야 자신의 수고스러움이 책 잘 읽는 아이를 위한 배려라고 애써 변명하지만 아이야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그저 그런 아이고 별로 책에 목맨 것 같지도 않지만 하여튼 책이 곁에 있으니 읽는 뭐 그 정도다.

아줌마의 성격도 어떤 때는 한참을 너그러워 애들한테 간도 빼줄 것 같이 굴다가 한번 열이 나면 무식할 정도로 목소리까지 변해버린다. 아이는 그 엽기목소리가 듣고싶은지 자꾸 “그때 화낼 때 그 목소리 해봐” 하며 아줌마를 조르며 아줌마는 언제 자기가 그랬냐는 듯 콧평수를 약간 늘리면서 “엄마가 언제∼ 얘는 참”한다.

오늘밤도 어데서 읽은지 모를 그런 옛이야기
한토막을 아이들에게 살짝 걸쳐줄 게 뻔하다


그런 대로 귀여운 아줌마다. 걸을 때도 항상 짧은 다리 애써 무릎을 붙이려고 애쓰는 것도 여러 번 봤다. 섹시해 보이기 위해서란다. 그래도 이 아줌마 육아이론은 나름대로 빠삭하다. 항상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사랑으로 키우라는 얘길 입에 달고 산다. 특히 아이들 책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문다.

3살짜리 아들 의사를 존중해서 1층에서 5층까지 20분 걸려 올라가다 결국엔 옆구리에 들춰 메고 가는 것도 그 육아의 맥락이고 7살 딸이 아파트 주변에서 웃대가리만 뜯어온 쑥(이름 모를 풀이 절반)도 딸의 원에 의해 된장국용 재료로 쓰기도 한다. 재수가 좋아 아직 병원에 실려갔단 소린 못 들었다. 요샌 독풀이 별로 없나?

깨끗하게 도배된 거실 한쪽 벽면은 이미 아들이 그린 추상화에게 내어준 지 오래고. 욕실엔 목욕놀이며 소꿉놀이 장난감뿐만 아니라 다 쓴 미니 화장품통까지 다 모아 놓고는 아이들이 죽어라고 들어붙어있자 결국엔 강제로 끌어내는 꼴도 여러 번 봤다.

하여튼 귀도 얇고 남의 얘기도 좋아하는 그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지조있게 지키는 일이 한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다. 얼마나 재미나게 읽어주는지 벌써 읽기독립이 되어야 할 그 집 딸은 아직도 엄마가 읽어주는 책만 보려고 한 대나 어쩐다나. 또 어찌됐건 20개월 된 그 집 아들은 아직도 말문이 틔지 않아서 “아빠”도 못하지만 “책”은 입에 달고 사는걸 보면 보이는 게 책이니 그런 가 보다 한다.

오늘도 그 집 방문을 열어보면 널부러진 책들이 보일 것이며 쉬 안한다고 했던 녀석이 침대보(어제 빨아 오늘 깔은)에 찌익 갈겨둔 지도 때문에 호흡곤란을 겪고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밤에도 열나게 아이들과 씨름 한판을 벌리고 뒹굴다가 아이들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쯤 혼자 지어낸 것인지 어데서 읽은 것인지 모를 그런 옛이야기 한 토막을 살짝 걸쳐줄 것이다. 거기선 콩쥐가 신데렐라가 되기도 하고 토끼가 경주에서 이기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뭐라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아줌마의 오바액션하는 입 속에, 눈 속에 푹 빠져 곧 행복하게 잠들 것이기에. ZZZ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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