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와 관광
사스와 관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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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한해는 관광업계로서는 최악의 한해가 될 것 같다. 이미 상반기에 사스의 영향으로 수많은 여행사들이 문을 닫거나 무기한 무급휴가라는 극약처방이 동원되면서 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미군의 재배치 계획 등 일련의 소식들은 가뜩이나 심각한 여행업계를 더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갈 전망이다. 외국에서는 우리 나라가 일촉즉발 전쟁 발발 일보직전의 불안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니 암담하기만 하다.

1975년 관광기본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관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고 있으며 그 이후로 우리 나라는 수 차례에 걸쳐 관광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시켜나가겠다고 확인한 바 있다. 최근의 신해양시대 개념은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관광이 그 중심축에 포함되어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지자제 실시이후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관광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채택하고 관광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 말해 일찍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국가 경제의 미래를 책임져나갈 핵심산업 중 하나가 관광산업인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관광산업이 단순한 전염병과 작은 군사적 변화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조속히 이러한 상황이 전개된 원인을 파악하여 다시는 오늘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상황이 종료된 것도 아닌데 그 원인을 찾는 건 다소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광을 국가의 주요산업으로 하는 경제구조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관광은 여러 종류의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를 지닌 복합적 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한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분들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또한 관광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외교적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관광정책은 아주 치밀하고 섬세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신속히 사스에 대응을 한 나라가 될 것이다. 정말 훌륭한 보건당국이라고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관광분야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관광당국이라고 평가받아야 한다. 사스가 보도되었을 때 관광분야에서는 두 가지 시각에서 이를 해석했다. 하나는 정부가 순수하게 국민건강을 위하여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늘어나고 있는 관광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고의적 대응이라는 것이다. 사스가 계속 확장되는 바람에 두 가지 시각에 대한 차이가 모호해지고 말았지만 두 경우 다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전자였다면 이는 관광분야를 거의 의식하지 않은 대처라고 봐야 할 것이고 후자였다면 정부가 관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관광분야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고 나아가 국가가 어떤 사태에 대응하는 방법의 미숙함을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발빠른 대응으로 사스는 효율적으로 막았는지 모르지만 관광산업의 위축으로 인하여 생긴 국가적 손실은 계산을 할 수조차 없다. 마치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 되고 말았다.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간주한다고는 하지만 정책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러한 흔적들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번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킨 이면에는 관광을 단순히 외화벌이의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적 오류가 존재한다. 관광이 국민복지 실현의 중요한 수단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관광분야를 육성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이에 걸 맞는 정책적 의사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고 여기에 충분히 힘이 실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조직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문화관광부내의 몇 개의 부서로서 관할하기에는 너무도 방대하고 복잡한 분야로 성장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관할 행정부서를 관광국이 아닌 관광부로 재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관광청으로라도 승격시키고 추후에 관광부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미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채택한 나라들중 일부는 관광분야의 책임자를 부총리급으로 하고 있다.

사스는 진정되어가고 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적 미숙함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사건들은 또 어떻게 대응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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