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와 '중앙일보'가 똑같아요
'광주일보'와 '중앙일보'가 똑같아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7일 <시민의 소리>게시판에 한 네티즌의 '미디어비평' 글이 올라왔다.
"'광주일보'와 '중앙일보'가 똑같다!"는 제목의 이 글은 이날 오전 현재 광주일보와 중앙일보 인터넷신문 첫화면의 톱기사가 제목은 물론 토씨하나까지 똑같다는 지적이었다. 다른 점이라곤 중앙일보엔 기사 하단에 작성자의 이름이 있지만, 광주일보엔 작성자 이름이 없다는 것 뿐이라며 '광주일보의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문제의 기사는 교육정보화시스템(NEIS)을 둘러싼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이 타결됐다는 소식이었다. 중앙일보는 "또 힘에 밀린 정부원칙"이라는 제목 아래 지난번 물류대란에 이어 교육부가 또 다시 특정집단의 힘에 밀렸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기사가 고스란히 광주일보에 실려 있던 것.

자신을 "서울에 사는 광주가 고향인 젊은이"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지역소식을 훑어보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지역을 대표한다는 광주일보가 기사를 표절했다면 이는 지역민과 독자를 우롱하는 큰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표절의혹'의 실체는 뭘까.
중앙일보 담당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앙일보의 김모 기자는 "난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라며 "광주일보가 내게 양해를 구한 적 없다.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일보 유제철 편집국장에 확인한 바, 유 국장은 "중앙일보와 기사제휴 계약을 했기 때문에 옮겨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데 대해선 "필요에 따라 '중앙일보 제공'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네티즌의 우려와 달리 법적으로 '표절이나 무단 도용'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일보는 중앙일보 외에도 전국의 소위 춘추 6개사와 기사제휴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출처를 밝히는 광주일보의 태도는 자존심의 이중적 표현으로 읽힌다.

27일 인터넷 첫화면 똑 같은 기사실려
네티즌 '표절의혹, 독자우롱" 지적나서
해당신문, 자존심 지키려다 스스로 구긴 셈


이날 전국 조간신문들은 NEIS 관련 협상타결 소식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이 지역신문들은 대부분 전날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사수-개혁신당지지'라는 두 개의 정치권 모임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NEIS 관련소식은 사회면의 주요기사로 처리했다. 광주타임스만 "교육감 반발 사상초유 '파란'"이라며 1면 보도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석간인 광주일보가 NEIS 소식을 놓칠 순 없는 일. 그런데 기사제휴를 하긴 했어도 남의 기사를 인터넷신문의 톱에 올리는 것이 못내 고민됐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필요에 따라' 이번 기사는 출처인 '중앙일보'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지역신문 가운데 '유력지'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고, 그렇다고 남의 신문에서 받은 것이라고 표현하긴 싫은 광주일보의 이중적 태도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지 인터넷 게시판에 광주일보가 타킷이 되자 다른 네티즌들도 댓글을 올렸다. '산울림', '짜장', '무진주', '아나키스트' 등의 네티즌들은 "광주지역의 진정한 저널리즘은 언제 정착할지..."등의 의견을 올리며 광주일보의 이같은 보도 행태를 꼬집어 댔다.
결국 광주일보는 자존심을 위해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가, 한 네티즌의 지적으로 오히려 자존심만 구긴 셈이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