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리 아이들에게 결핍을 가르치자
[특별기고]우리 아이들에게 결핍을 가르치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관식[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 교사]

한끼 정도 굶어보기/ 연필 한자루로 공부하기
용돈 없이 견뎌보기/ 차 타지 않고 걸어보기
겨울내의 입지 않기... / 가진 것의 고마움 깨치게 가르치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기성세대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체험은 결핍교육이다. 결핍교육이란 부족함을 일부러 체험시키는 교육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물질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즉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이나 기쁨을 모른다. 그것은 부족함(결핍)이 없기 때문이다. 손을 벌리기도 전에 (요구하기도 전에 ) 이미 충족되어 있고, 노력도 하기 전에 채워지기 때문이다.

학용품, 우산 시계, 심지어는 자전거까지 주인찾기 코너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찾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물질의 소중함 ,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이 없기 때문이다. 결핍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노력이 있어야 그것이 충족됐을 때 고마움과 행복을 느끼게 되는데 결핍이 처음부터 없으니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물질의 향유와 인간의 행복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질이 풍부할수록 인간은 이기적으로 변하고 개인주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경제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나라일수록 국민 철학부재로 도덕적으로 피폐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지난날 기성세대들이 겪었던 갖은 어려움, 그것은 모든 물질에 대한 부족함이었다.

오직 생활 전체가 결핍뿐이었기 때문에 작은 물건 하나라도 얻게 됐을 때 소중함을 느꼈고 행복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시절 우산 한 개, 신발 한 짝이라도 얼마나 소중히 다뤘는가. 우산을 몇 번이나 실로 꿰매고 신발을 한 두 번씩 반드시 때워 신었던 것이다. 그때 새 우산이나 새 신발을 갖기라도 하면 하늘이라도 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아이들에게 새 신발 아니라 비싼 시계를 사줘도 별로다.

마음에 행복을 담지 못한다. 결핍을 보상 받고자하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진 것에 대한 행복이 있는 것이다. 물질의 소중함과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면 그만큼 삶의 가치를 모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일부러 부족함을 체험시키거나, 결핍이 있어도 참고 견디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결핍교육이라 한다. 그러면 결핍교육의 내용은 무엇인가. 첫째, 부족함을 체험해보는 경험을 말한다. 적은 양의 밥을 먹어보기, 또는 한끼 정도 굶어보기, 연필 한자루만 가져와 공부하기, 용돈 없이 견디는 날까지 견뎌보기, 차를 타지 않고 목적지까지 걸어가 보기, 양말 신지 않기, 겨울내의 입지 않기 등이 부족함을 체험해보는 경험이며 둘째, 부족함이 있어도 참고 견디는 경험을 말한다.

즉 학용품이 떨어져도 견뎌보며 다른 방법 연구해보기, 옷이 짧아졌거나 꿰맨 옷 입어보기, 용돈이 없어도 참고 견뎌보기, 군것질하지 않고 견뎌보기, 내 신발이 몇 개인가를 알아보고 다 닿을 때까지 사지 않기 등이다.

이상 몇 가지 과제를 정하여 숙제 또는 실천 날짜를 정해 반드시 경험시켜 보는 것이다. 또한 과제를 실천한 뒤 '결핍교육 실천공책' 에 기록하 '기록'으로 남게 했으며 발표회도 가져 자기의 느낌과 타인의 느낌을 비교하면서 생활을 반성하도록 한다. 이런 교육을 시키면 3-4개월후 부터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이나 물질관이 확연히 바꿔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라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학용품 한가지만 살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고가의 사프펜, 필요하지도 않는 고급 수첩, 고급 외제 학용품, 어디 그뿐인가 학교 식당에서 먹는 점심은 자기 몫의 반도 채 먹지 않고 버린다. 이런 아이들에게 말과 이론으로 아무리 실질과 내핍을 강조해도 효과가 없으나 이 결핍교육을 시키면 자기들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생각을 바뀌기 위해서는 우리 성인들의 생각부터 바꾸고 이런 결핍교육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이제 우리 기성세대들의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모든 아이들이 명문대를 나와 엘리트가 되는 것이 최선의 삶이다는 편협적인 생각을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자들이 참다운 교육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결핍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할 뿐 아니라 친환경적 교육임에 틀림없다. 물질을 아끼는 것은 환경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결핍교육을 시켜 참다운 인간성을 갖도록 하자.

▶ 동화작가 문관식 선생님은 서울신문, 광주일보, 전남매일 신춘문예 등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지금은 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장에 근무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동화집'만돌이''말치마을' '날지못한 천마리의 학(한림)' '사랑의 다리(꿈동산)' '충선왕' '홍경래(파랑새어린이 刊)' 등과 다수의 독서 교육 관련 논문이 있으며, 광주여자대학 등에 출강중이다.

/문관식[광주동초등학교 충효분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