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검찰이 한총련 전략 바꿀 때'
'이젠 검찰이 한총련 전략 바꿀 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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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강위원(한총련합법화를 위한 범사회인대책위 집행국장).>

한총련의 합법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배경에는 한총련이 이적규정을 받게된 97년 당시 한총련의장이었던 강위원씨(33. 97년 전남대총학생회장)가 있었다. 그는 2001년 7월, 4년 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이후 줄곧 한총련 수배자와 양심수문제 해결에 천착해왔다.

한총련을 둘러싼 학생·정부·시민사회 등을 오가며, 합법화를 위한 구체적 공정을 조정하느라 5년만에 다시 시작한 학업도 지금은 잠시 중단한 상태다. 지난 16일 광주에 잠시 내려온 그를 만나 최근 강금실 법무장관과의 면담 당시의 뒷이야기와 한총련의 발전적 해소를 둘러싼 시각차, 한국사회에서 한총련 합법화가 가진 의미 등에 대해 들었다.



▲지난 15일 강금실장관과의 면담 주요내용을 간단히 정리한다면?

-강장관의 첫말이 "수배 7년차도 있단 말입니까, 이 학생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였다. 그는 줄곧 진지한 자세로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꼼꼼히 메모했다.
면담의 핵심은 한총련수배학생들의 수배해제를 위한 절차로서 '조건 없는 일괄 불기소처리'를 요구한 것이다. 법무부가 앞서 언급했던 '핵심관련자를 분류하겠다'는 것은 이미 98년의 수배해제조치보다 나아지지 않은 것이고, '불구속수사방침'도 재판에 회부한다는 의미이기에 정치적 결단은 검찰에서 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강장관에게 '정부가 과거의 수배자를 해제한다는 것은, 곧 미래의 수배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장관과 개혁인사들 외에 검찰측의 한총련에 대한 시각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검찰은 지난 6년동안 한총련 해체의 수단으로 이적규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하지만 수배자와 전과자의 숫자만 늘렸을 뿐, 한총련은 오히려 새조직 건설로 더 큰조직으로 간다고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이제 검찰이 오히려 한총련에 대한 전략을 바꿀 때가 됐지 않나. 이렇게 얘기했더니 장관곁에 배석하 검사들도 웃더라. 그리고 배석한 검사들에게 제안했다. '검찰이 합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한번 제시해 보라. 강령을 개정하면 위장이라하고, 내심의 문제라 하고, 새조직 건설을 한다해도 지켜보겠다고 한다. 이것은 학생운동 하지 말라는 소리밖에 안된다'라고.

▲한총련의 새로운 조직건설이나 발전적해체 검토가 위장전술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언론에선 선정적으로 '해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전대협에서 한총련으로 바뀌었듯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총련은 자연스레 '해소'가 되는 것이다. 이 구상은 2년 전부터 가시화됐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도 두 후보가 합의하고 공동으로 한총련 총노선에 포함시켰다. 갑작스런 게 아니다. 9월 정기대의원대회까지 안을 마련하고 결정되면 이 공약을 11월 각 대학선거에서 한총련 전체의 공동공약으로 할 것이다. 빠르면 올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준비해 새 조직을 건설할 것이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주류와 혁신계열의 분열양상을 강조하며, 한총련 와해가능성의 근거로 보려는 시각도 있다.

-단일화일색으로 형성된 운동을 해왔던 학생운동 과정이 문민·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운동소재와 학생들의 성향이 다변화돼 가고 있다. 따라서 한총련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표출은 민주주의의 확대과정으로 보는게 맞다. 과거언론이나 정치권의 시각에서는 학생운동이 단일체제를 꾸리면 '수령식 독재체제'라 비난하고, 다양한 의견제시는 '분열'로 보이는 것이다.

▲매년 대의원대회와 출범식을 전후해 실질적 수배가 이뤄지곤하는데 올해 출범식 전망은 어떤가

-지금껏 경찰이 원천봉쇄를 하고, 그걸 뚫고 들어가면 건조물침입죄로 집어넣고, 또 그렇게 잡아 도장찍어서 한달 여만에 내보내길 반복해왔다. 이적단체 구성원인데 왜 한달반·두달만에 모두 집행유예로 내주냐, 내 경우는 1심에서 6년을 때렸으면서. '아예 그냥 법대로 (징역을)살려라'라고 했더니 모두 웃더라.
강장관을 출범식에 초대할 거다. 올해 출범식을 잠실주경기장에서 하겠다고 했다. 역대 전대협·한총련 20년의 학생운동세대 모두를 부를테니 빌려달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장관이 웃으며 '잘 해보라'하더라.


해체수단으로 6년간 '이적칼날'휘둘러
"한총련 출범식에 법무장관도 초청할 것"
"합법화는 현시점 국가보안법 철폐투쟁"



▲한총련이 합법화문제에 집착하면서 국가보안법을 방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국가보안법 피해자의 90%가 한총련 학생운동가들이다. 이적규정이 풀리면 대상자의 90%가 사라지므로 국가보안법은 거의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다. 때문에 합법화투쟁은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이다. 합법화의 문제와 국가보안법철폐의 문제를 기계적으로 분리 또는 융합시키려는 것은 현재 정치권과의 조율과정에서 본질을 호도 할 수 있다.

한총련의 변화는 조직발전과정에서 나오는 것이고, 무엇보다 이적규정이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므로 사실상 국가보안법이 있든 없든 이적규정문제는 풀어야 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태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조선일보도 오늘(15일) 한총련 의장과 인물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제안하더라. 그런데 한총련은 안티조선운동을 하니까 거부했다. 엊그제 공식기자회견 때 조선의 한 기자가 와서 '어제 조선의 기사는 어땠습니까'라고 묻길래 '역사상 처음으로 조선이 팩트에 충실한 기사를 실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때서야 명함을 주면서, '제가 조선일보 기잡니다, 변화하겠습니다, 무조건 내치진 말아주십시요.'라고 하더라. 조선은 현재의 흐름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아무리 조중동이 마음대로 쓰더라도 한총련이 자꾸 사회적 공론화에 등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인터뷰할 때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왜곡해도 좋다, 대신 많이만 써달라."(웃음)


▲한총련 합법화의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한총련에 대한 탄압은 대학풍토자체를 파괴시키는 것이다. 민족사에 관심 가진 학생은 한총련이고, 한총련은 이적단체이니까, 학생들은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어야 한다는 논리가 강제되고 있다. 따라서 한총련문제는 학생운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사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없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우리 대학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300만의 대학생 가운데 주체사상을 가진 학생이 한 명도 없어야 한다면, 그야말로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없지 않나. 문제는 주체사상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이북에 대해 무지하게끔 학생들을 교육하고 훈육하는 기성사회의 책임에 관한 문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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