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도 이런 학교 보냈으면
내 아이들도 이런 학교 보냈으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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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구 산수 오거리에서 지산유원지 쪽 비탈길을 오르면 '눈에 띄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장원초등학교(교장 김철수) 정문에 내걸린 플래카드. '아이들아! 오늘도 선생님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께'-. 이 길을 오고가는 이들의 눈에 처음 띄어 점차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어느덧 이 플래카드 문구가 학부모들 사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왜 이 문구가 자녀를 둔 부모들 가슴에 뭉클 와 닿을까. 초등 2년생을 자녀로 두고 있다는 문화동에 사는 김인혜씨(35)는 플래카드를 본 순간 학교가 가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교 정문에는 교훈이나 딱딱한 표어가 장식하고 있기 마련. 장원초등학교는 이를 과감하게 없앴다. 그래서인지 하교길 교사의 배웅을 받으며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표정도 새 봄처럼 발랄하다. "이제 막 입학한 어린 학생들에게 학교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이 학교 우인호 교감의 말이다. 마침 학교앞을 지나치던 박지수씨(52.산수 2동)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번 플래카드를 바라본 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가고 왕따현상 등으로 학교 보내기가 걱정되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아! ---"는 "믿고 맡겨주십시요"로 들린다고 했다. 이처럼 독특한 현수막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9년 김철수교장이 부임한 이후 네 번째다. 교사들에게 문구를 공모한 뒤 논의를 거쳐 아이들에게 쉬우면서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문구를 결정한다. "마음을 열어요, 생각을 키워요", "웃어봐요! 공부도 즐거워요", "새처럼 높게 희망과 꿈을 가져라", "아이들아! 우리 가슴을 열고 넓은 세상을 보자" 등 30여개의 문구를 이미 만들어 놓았고 앞으로 시기에 맞게 하나씩 정문과 학교 곳곳에 게재할 방침이다. 학교 내 정원에도 '잔디보호' 표지판을 없애고 "저를 쑥쑥 자라게 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을 세워 아이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우교감은 "교사들도 스스로 고안해 만든 현수막을 보며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해가며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학교로 바꾸어 나가겠습니다"고 말했다. '내 아이도 저런 현수막이 걸린 학교에 보내고 싶다'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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